세계적 명성을 지닌 두 명의 미국 경제학자가 코로나19로 인한 불황 타개책으로 전 국민에게 1000달러 기본소득을 지급하라고 나란히 주장하고 나섰다.
비관적 경제 전망을 주로 내놓아 ‘닥터 둠’이라고 불리는 누비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1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헬리콥터 드롭(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시중에 뿌리는 것에 대한 비유)으로 미국 내 모든 거주자에게 1000달러(약 122만원)씩 지급하는 것이 경기침체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신속하고 혁신적인 부양책”이라고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는 시장 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을 중시하는 케인즈학파 경제학자로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침체 우려가 높아지자 직접 정책 제안에 나선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근로자만이 아니라 어린이 등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한 모든 계층에 1인당 1000달러를 쥐어줄 경우 총 3500억달러(약 429조원)가 소요된다”며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도 못 미치는 규모”라고 강조했다.
베스트셀러 ‘멘큐의 경제학’ 저자로 잘 알려진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도 전날 루비니와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그는 시장의 자율성에 좀더 무게를 두는 보수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맨큐 교수는 ‘팬데믹에 대한 생각’이라는 제목의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재정정책 입안자들은 수요 진작보다는 사회보험 확충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보험 측면에서 경제적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가려내는 일이 어렵다면 모든 국민에게 가능한 빨리 1000달러 수표를 지급하는 것이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19 사태 같은 재난으로 소득이 줄어 생계유지 자체가 어려워진 시민들에게 조건을 따지지 않고 직접 보조금 형태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도 우호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난 기본소득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8.6%, 반대한다는 응답은 34.3%로 집계됐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