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뭡니까” 묻자 “한나라당 정치공세”라고 답했던 조권

입력 2020-03-16 18:29
조국 전 법무부장관 동생 조모씨가 지난해 10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권(53)씨가 웅동학원 채용비리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을 때 연유를 묻는 지인의 질문에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애들이 만드는 정치공세”라고 둘러댄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조씨는 검찰 수사에 대비해 급히 파쇄기를 빌려 자신의 사무실에서 웅동학원과 소송 관련 서류들을 파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진행된 조씨의 네 번째 공판에서 조씨의 건설업 동료였던 A씨가 이같이 증언한 내용이 공개됐다.

A씨는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언론에서 조씨의 위장이혼과 웅동학원 허위소송, 교사 채용 비리 의혹 등이 터져 나오자 “문제 없습니까”라고 조씨에게 먼저 물었다. 이에 조씨는 “한나라당 애들이 만드는 정치공세”라고 답했다. A씨는 또 지난해 8월 22일 조씨가 웅동학원 교사 채용 과정에서 억대 금품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이뤄지고, 다음 날 정치권의 고발이 이어지자 “이건 뭡니까”라고 물었다. 조씨는 그 때에도 “한나라당의 모함이다”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조씨가 A씨에게 관련 서류를 없애고자 파쇄기를 빌리라고 지시한 정황도 법정에서 드러났다. A씨는 증인신문에서 “어느 날 조씨가 전화를 걸어 ‘파쇄기를 빌려라’고 말했다”고 했다. 황씨가 업체에 연락해 파쇄기를 구한 조씨는 웅동학원과 자신의 소송 관련 자료 등을 없앴다. A씨는 “좀 ‘오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드라마 ‘미생’을 보더라도 사무실의 문서를, 나갈 때에는 파쇄하더라”고 증언했다.

조씨가 A씨에게 집에 있는 서류들을 사무실로 옮기자고 하면서 “기자들이 보면 골치 아픈 게 있어 옮겨야 된다”고 말한 사실도 나타났다. A씨는 “(조씨가) 청문회 준비를 해야 하겠다. 언론에서 사실이 아닌 걸 사실인 것처럼 공격하기 때문에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