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독일 당국자들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독일 회사를 상대로 연구 업무를 미국으로 옮기도록 설득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일 문제의 독일 회사인 큐어백 다니엘 메니첼라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백악관 회의에서 제안이 오간 것으로 보인다. 당시 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를 이끄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당일까지만 해도 메니첼라 CEO는 “우리는 몇 달 안에 강한 백신 후보를 개발할 수 있으리라고 매우 확신한다”라는 성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 11일 큐어백 홈페이지에는 돌연 메니첼라가 회사를 떠난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CEO 교체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어 온갖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후 독일 언론 디벨트가 ‘트럼프 대통령 측이 백신에 대한 접근권을 독점하는 대가로 약 10억 달러를 큐어백에 제시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의혹이 본격화됐다. 후속 취재에 나선 NYT 역시 익명의 독일 당국자를 인용, 큐어백이 거금을 제의받았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치권에선 이번 의혹에 대해 미 행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독일 사민당 소속 카를 라우터바흐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미국으로의 백신 독점 판매를 막아야 한다”며 “자본주의는 능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디벨트는 독일 정부가 반대급부를 제시하면서 백신 유출을 막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울러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장관은 현지 TV 토크쇼에서 “독일과 유럽의 공익이 걸린 문제인만큼 필요하다면 나설 것”이라며 “독일이 팔리게 둘 수 없다(Germany is not for sale)”고 덧붙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