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고 ‘사상 초유’다. 한국 경제 상황이 그렇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16일 한국 증시는 하락장으로 마감했다. 미국 달러가 풀리는 데도 원/달러 환율은 1226원으로 올라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돈은 풀리는 데 주식 시장은 폭락하고 주택담보대출 기준 금리까지 떨어지니 부동산 값은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낮췄다. 사상 첫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연 것이다. 애초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국회 통과를 지켜본 뒤 17~18일쯤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견됐다. 하지만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자 더는 머뭇거릴 수 없었다.
한은은 전날부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미 연준까지 금리를 내렸다. 그런데도 코스피는 이날 3.2% 급락했다. 전 거래일보다 56.58포인트(3.19%) 내린 1714.86으로 마감한 것이다. 우선 외국인이 683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8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이다. 기관도 함께 팔자 행진에 나서 3408억원을 팔았다. 반면 개인만 9264억원 어치를 떠안았다.
급격한 금리 인하 이후 추가적인 정책 대응 카드가 없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하지만 금리 인하 당일조차 증시를 회복하지 못한 점은 이례적이다. 이날 증발한 시가총액은 43조9227억원이다.
반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6.7원 올라 1226.0원에 마감했다. 4년여 만에 최고치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1.00%포인트 내렸으나 소용없었다. 코스피가 3.19%(56.58p) 내리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연쇄적으로 부동산 가격 변동성에 눈길이 쏠린다.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제로금리를 넘어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시행하더라도 ‘버틸’ 체력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신흥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부작용만 더 커지는 ‘실효하한효과’가 커진다는 게 학계 정설이다. 통화 정책 효과는 없고 자본 유출만 일어나는 게 실효 하한이다.
금리가 낮아져 돈이 많이 풀릴 때 이 돈이 생산적인 부문이 아닌 부동산으로만 쏠린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외국인과 기관의 무분별한 공매도를 방관하는 등 안이한 금융 정책으로 개인의 증시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다. 선진국과 달리 한국인의 자산 75.4%는 부동산에 쏠려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