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개학일정이 다가오자 소아용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학부모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소재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39·여)씨는 16일 오전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포털 서비스에 접속해 회사 주변 약국의 마스크 재고 현황을 확인했다. 근처의 한 약국에 ‘마스크 충분’이라는 표시가 뜨자 임씨는 주민등록등본을 챙겨 약국으로 달려갔다. 30분 정도 기다려 약국에 들어갔던 임씨 손에는 8살 딸아이의 마스크 대신 성인용 마스크만 2장 손에 쥐어져 있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박모(40·여)씨도 이날 오전 내내 마스크를 사러 동네약국을 전전했지만 초등학생용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박씨도 동네 약국 5곳을 돌아다닌 끝에 대형 마스크만 2장 구입할 수 있었다. 박씨는 “당장 다음주 개학할 수도 있는데, 집에 소아용 마스크가 충분하지 않다”며 “정 안되면 어른 마스크와 아이 마스크를 맞교환하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맘카페 등에서는 소형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학부모들의 하소연이 넘쳐난다. 한 맘카페 회원은 “소아용 공적마스크를 도저히 구할 수 없어 남편 직장 동료에게 대형 마스크를 주고 소형 마스크를 얻어왔다”고 적었다. 대형 마스크와 소형 마스크를 교환하고 싶다는 게시글은 맘카페마다 쏟아졌다.
국민일보가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종로5가의 대형 약국에서부터 주택가의 동네 약국 50여곳을 돌아본 결과 소형 마스크 입고 비율에 대한 기준이나 지침이 전혀 없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는 입고된 250매의 마스크 가운데 100매가 소형이었다. 하지만 같은 시각 2분 거리에 있는 다른 약국에는 250매 모두 대형이었다.
서울 성북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이모씨는 “매일 30개 정도 소형 마스크가 왔다”고 했지만 서울 강북구에서 일하는 약사 김모씨는 “마스크가 배송돼 박스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소형 마스크가 몇장이 들어있을지 전혀 알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소형 마스크가 과도하게 공급된 약국도 있었다. 종로5가의 한 약국 관계자는 “약국에 따라 다른데, 대형 약국은 소형은 안 팔리고 대형만 팔리기 때문에 소형 마스크를 반품하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형 마스크 공급 기준에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 개학을 앞둔 학부모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약국끼리 양도·양수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내렸다”면서 “소형 마스크가 많이 필요한 약국과 소형 마스크가 필요하지 않은 약국에 대한 수요를 조사해 도매업체에 전달하는 방식을 고려해보겠다”라고 설명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