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못 먹고…” 배송 중 숨진 ‘쿠팡맨’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

입력 2020-03-16 17:3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한 가운데 새벽 배송 업무 도중 숨진 채 발견된 ‘쿠팡맨’의 사인은 심장질환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온라인 쇼핑몰 ‘쿠팡’의 배송 노동자인 김모(45)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관상동맥의 4분의 3 정도가 막혀 있던 것으로 관찰되고 이에 따라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관상동맥, 즉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생기는 질병이다.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도 여러 발병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김씨는 지난 12일 안산의 한 빌라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새벽 근무 중이었던 김씨의 배송이 회사 관리시스템에 장시간 멈춘 상태로 나타나자 근처에 있던 동료가 사측 지시에 따라 이 빌라로 찾아갔고, 4층과 5층 사이에 쓰러져 있던 김씨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김씨는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 쿠팡에 입사했다. 현장 업무에 투입된 것은 약 2주 정도로, 정해진 근무시간은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였다. 규정대로라면 1시간의 휴식 시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측은 “주변 동료의 증언에 따르면 김씨는 배송을 위해 1시간 동안 20가구를 돌았다. 이는 신입 직원이 수행하기 버거운 물량”이라며 김씨의 업무량이 과도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도 생전 유족들에게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가기 어렵다’며 심적 압박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쿠팡 측은 “해당 ‘쿠팡맨’은 입사 이후 트레이닝을 받는 중이어서 일반 쿠팡맨의 50% 정도 물량을 소화했다”면서 “쿠팡은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물량 때문에 ‘쿠팡 플렉스’(일반인이 배송 일을 신청해 자신의 차량으로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3배 정도 증원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부검 등을 통해 김씨 사망에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 조만간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