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의료진 ‘펑펑’ 울린 세월호 어머니의 편지와 선물

입력 2020-03-16 17:32 수정 2020-03-17 19:32
김동은씨 페이스북 사진

“많은 분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 마음 덕분에 저희도 팽목항의 세찬 바람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의 헌신, 그 마음, 그 손길 정말 고맙습니다.”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고 조은화·허다윤 양의 어머니가 대구·경북지역 의료진들에게 핸드크림과 자필편지를 전달했다. 알코올 소독으로 거칠어졌을 의료진의 손을 배려한 선물이었다. 의사들은 방화복을 입은 채 A4 용지에 “잊지 않을게”라는 메시지를 적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두 어머니는 지난 12일 대구 중구 계명대 동산병원과 칠곡경북대학교 병원 의료진에게 핸드크림을 전달했다. 소포 안에는 어머니들의 자필편지도 함께 동봉돼있었다.

편지에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어려움 속에서 사람을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서로 의지해 견디시는 모습이 안타깝고 감사하다”면서 “지금의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다 보면 사랑하는 가족과 한 상에서 둘러앉아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시간이 곧 올 것”이라고 적혀있었다.

이어 “많은 분이 함께하고 있다. 그 마음 덕분에 저희도 팽목항의 세찬 바람을 견딜 수 있었다. 선생님들의 헌신, 그 마음, 그 손길 정말 고맙다”면서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아니까 더 힘내시라는 말을 하기 조심스럽지만, 선생님들 힘내시라”고 덧붙였다.

계명대 동산병원에 근무 중인 의사 김동은씨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산에서 보내온 핸드크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겼다. 그는 “보낸 사람이 경기도 안산 은화, 다윤 엄마라고 적힌 소포가 도착했다. 박스를 열어보기도 전에 코끝이 찡해졌다”면서 “은화와 다윤이는 수학여행을 떠난 지 1123일,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오고 25일이 지나서야 누구보다도 긴 수학여행을 마치고 엄마 곁으로 돌아온 너무나 소중한 딸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작별 인사도 없이 먼 길을 떠난 피붙이를 찾겠다며 풍찬노숙으로 3년 5개월을 보냈던 두 어머님이 ‘코로나 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을 위해 핸드크림을 한 박스 가득 보내오셨다. ‘함께 하는 많은 사람 덕분에 팽목항의 세찬 바람을 견딜 수 있었듯 지금도 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있으니 힘내라’고 쓰인 편지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선별진료소 의사로 일하느라 집에 가서도 딸아이를 안아주지 못해 힘들다고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면서 “은화, 다윤이 어머니를 포함해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님의 한결같은 소원이 바로 내 자식 단 한 번만이라도 안아보고 싶다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날 선별진료소 진료를 마치며 두 어머님이 보내신 편지를 동료들과 함께 읽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읽기 시작했지만, 목이 메 다른 분이 끝까지 낭독해 주셨다. 많은 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몇몇 간호사의 눈은 붉어져 있었다. 그리고 소중한 선물을 하나씩 받아 품에 꼭 안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 독한 소독제로 손을 닦아 거칠어진 손에 ‘핸드크림’을 발랐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지만 따듯한 온기가 두 손에 가득했다”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동은씨 페이스북 사진

페이스북에는 글과 함께 두 어머니가 보내온 핸드크림과 자필편지,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잊지않을게”라는 메시지가 적힌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이 함께 게재됐다.

김씨의 페이스북 글에는 “엄마들 글만 봐도 눈시울이 아파온다.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분들께 정말 고맙다”라는 응원의 글이 이어졌다. 김씨는 “저희는 의료인이기에 일선에 있을뿐이다”면서 “의료진들에게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