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모든 유·초·중·고교의 개학일을 다음 달로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르면 17일 추가 개학 연기를 공식화하고 후속 조치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 달 이상 개학이 늦춰지면서 일선 학교의 학사 일정이 어그러지고 대입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는 오는 23일 개학이 어려운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새 학기 개학일은 당초 2일에서 9일로, 다시 23일로 두 차례 미뤄졌었다. 이번에 미루면 세 번째 개학 연기로 ‘4월 개학’은 초유의 일이다.
3차 개학 연기는 방역 측면이 가장 크게 고려됐다. 전국적으로 확진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학생·교사가 공간을 공유하는 학교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학생끼리 감염시키거나 감염된 학생이 지역사회로 전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학부모 67.5%가 추가 개학 연기를 희망한다는 여론조사(리얼미터 13일 학부모 505명 조사)도 영항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역은 개학을 더 미루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학교 문을 여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학교급(유·초·중·고)별로 개학일을 달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3차 개학 연기에선 검토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학사 일정을 달리하면 입시 등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또 학원 업계 등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 교육당국은 학원들에 휴원을 강력 권고하고 있다. 일부 학교가 문을 열면 ‘둑 터진 듯’ 대부분 학원들이 영업을 재개할 것이고 권고 효력은 사라진다. PC방 같은 청소년 다중이용시설들도 방역이 느슨해질 우려도 크다.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력화되는 것이다.
개학이 한 달 이상 미뤄지면 학교 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지게 된다. 4월말부터 5월초 진행하는 중간고사가 없어지거나 연기되고, 각종 모의고사와 기말고사 등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교사들이 수업 진도를 빠르게 나갈 수밖에 없으므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고3 수험생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업체 진학사가 고3 2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179명(76.8%)이 ‘코로나19로 학업계획에 차질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입은 수능 출제 당국의 6·9월 모의평가, 수시 원서접수 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수시 일정을 미루고 포항 지진 때처럼 수능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할 시기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방역이 최우선이지만 입시도 수험생들의 미래가 달린 일이므로 가볍게 볼 수 없다”며 “교육당국이 사태 장기화까지 대비한 지침을 내놔야 그나마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