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정부의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발표된 후 16년만에 제주4·3평화재단이 추가 진상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 정부 보고서가 4·3 피해 실태 규명의 총론적 성격이라면, 이번 추가 보고서는 각론적 성격으로 보다 구체적인 피해 실태를 담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은 16일 770쪽 분량의 4·3추가진상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4·3당시 피해가 발생한 12개 읍면 165개 마을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2019년 12월 기준 희생자로 확정된 1만4442명을 피해 형태, 재판 유형, 유해수습 여부 등에 따라 18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우선, 희생자를 당시 주거지별로 재분류했다. 기존 보고서는 희생자를 본적지로 구분해 마을별 피해 상황을 실질적으로 집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 결과 그동안 4·3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노형리 희생자는 종전 544명에서 538명으로, 북촌리 희생자는 419명에서 446명으로, 가시리는 407명에서 421명으로 조정됐다.
마을별 피해 확인 과정에서는 집단학살 사건이 제주도 전역에서 26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학살의 기준은 한 장소에서 50명 이상 피해를 당한 경우로 뒀다. 집단학살 사건의 피해자 신원도 일일이 밝혀냈다.
4·3 행방불명 희생자는 현재 4·3위원회가 확정한 3610명보다 645명 많은 4255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팀은 이에 대해 “유해수습을 하지 못한 희생자가 사망 희생자로 신고 처리된 사례가 많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추가진상조사에서는 2261명에 이르는 수형인 행방불명 피해실태도 중점 규명됐다. 특히 경인과 호남지역 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행방불명 희생자들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교육계에서는 4·3당시 교원 271명, 학생 429명 등 총 700명이 피해를 입었다. 93개 학교의 시설이 파괴된 것으로 조사됐다.
군·경·우익단체 피해는 군인 162명, 경찰 289명, 우익단체원 640명 등 1091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2003년 정부 보고서에서 밝힌 1051명(군인 180명, 경찰 232명, 우익단체 639명)에 비해 군인은 줄고 경찰 피해자는 다소 늘어난 수치다.
이번 추가 보고서에는 피해 유형을 세밀하게 분석한 도표 198개가 실렸다. 또, 집단학살 사건을 포함한 5550명 피해자 실명을 실었다. 책 말미에는 피해자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색인을 새겨 신뢰도와 편의성을 높였다. 이 보고서는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감수했다.
제주4·3평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추가보고서에 이어 앞으로는 미국의 역할과 책임 문제, 중부·영남권 형무소의 수형인 문제, 재외동포와 종교계 피해 실태 등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며 “제2, 제3권의 보고서를 계속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