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의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과 워싱턴,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식당·술집 등이 영업 제한에 들어갔고 일부 지역에서는 야간 통행금지 등 고강도 조치가 시행됐다. 뉴욕시는 모든 공립학교를 일시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생필품 사재기 자제를 당부할 만큼 미국인들 사이에 코로나19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미 CNN방송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내 49개 주에서 최소 348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불과 이틀 만에 10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할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사망자도 60명이 넘었다. 이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향후 8주간 5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를 열지 말 것을 권고했다. 대규모 회의를 비롯해 축제 콘서트 운동경기 결혼식 등이 모두 포함된다. 다만 학교나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예외를 뒀다.
백악관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79)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DI) 소장은 CNN에 “당분간 미국에서의 삶이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감염자가 가장 많은 뉴욕은 비상이 걸렸다.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끼고 있는 뉴욕시는 이날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모든 공립학교와 극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한다고 밝혔다. 또 식당과 카페 등 모든 매장은 포장이나 배달 주문만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5만여곳에 달하는 식당들이 17일 오전 9시를 기해 문을 닫게 된다. 영업 중단이 언제 끝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 식당의 고용 인원은 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뉴욕이 전례없는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우리는 전시에 준하는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주도 식당 술집 오락시설 등의 영업을 잠정 중단토록 했다. 매사추세츠주도 앞으로 3주간 식당에서의 음식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뉴욕주 인근 뉴저지주 호보컨시는 밤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에 들어갔다. 이 시간 출퇴근이나 응급상황을 제외하고는 통행이 금지된다. 호보컨시의 이런 조치는 그간 미국에서 나온 조치 중 가장 광범위한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뉴저지주에서는 최소 6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글로벌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최소 2주동안 미국과 캐나다 매장 내 좌석 운영을 중단하고 테이크아웃 주문만 받는다고 공지했다.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도 미국과 캐나다 서유럽 호주 뉴질랜드의 매장을 오는 27일까지 닫기로 했다. 미국 최대 유통기업인 월마트는 사재기로 재고가 소진되자 상품 확보를 위해 운영 시간을 단축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가 유럽에서 들어오는 여행객들에 대해 강화된 입국 검사를 시행한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공항에는 대혼잡이 빚어졌다. 이날 유럽에서 미국으로 온 사람들 대부분은 ‘유럽발 입국 금지’ 전 급히 귀국한 미국인들이었다. 비행기에서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 10시간이 걸렸다는 트위터 글도 올라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해진 조치가 오히려 확산을 부추기는 현상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권지혜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