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사람 사이에 전파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던 중국의 한 여성 기자가 현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해당 기자는 중국 정부로부터 ‘여성 코로나 영웅’으로 추대된 6명 중 1명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현지시간) 신화통신의 리야오 준 기자가 “코로나19는 사람 사이에 전염력이 없다”고 말했던 사실이 밝혀져 중국 네티즌이 격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가 사람 사이에 전파되지 않는다는 준 기자의 보도는 사태 초기 중국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준 기자는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정부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영웅’으로 추대됐다. 전염병 사태의 최전선에서 여성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헌신한 공로가 인정돼서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에 의해 준 기자의 과거 행적이 밝혀졌다. 준 기자는 지난 1월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8명이 현지 경찰에 체포된 사건을 다루며 중국 공안의 입장만을 반영하는 편파 보도를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해당 사건의 ‘피의자’는 사태 초기에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리려 노력했던 의사 8명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비판이 가중됐다.
준 기자의 이중적인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그가 중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수여받았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자 중국 여론은 들끓고 있다. 후베이성에 거주하는 마오씨는 준 기자에 대해 “전염병 사태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만을 쏟아냈다”며 “공산당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웨이보 등 중국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도 “중국 언론의 수치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등의 의견이 줄을 이었다.
중국 내에서는 지난 몇 달간 불합리한 언론 통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꾸준히 일어왔다. 지난 2월 7일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리려다 공안에 체포당했던 리 웬리앙 박사가 코로나19로 명을 달리하며 이같은 비판 여론은 극에 달했다. 현재도 정부와 언론이 엉터리 주장을 반복하다 사태를 조기에 해결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