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출시 지연 가능성에 배터리업계 ‘전전긍긍

입력 2020-03-17 06:00 수정 2020-03-17 11:2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으로 확산되며 현지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혼란에 빠졌다. 입국제한조치, 국경폐쇄 등 조치로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특히 전기차 수요 감소로 신차 출시가 지연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LG화학은 폴란드에,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는 헝가리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동유럽은 인건비가 저렴해 비용절약이 가능하면서도 유럽 내 물류망을 활용할 수 있어 선호지역이다. 반면 완성차 공장은 서유럽에 포진해있다. 독일에는 벤츠, 폭스바겐, 다임러, BMW 공장이, 벨기에에는 볼보의 공장이 자리해있다. 현대자동차도 체코에서 코나를 생산 중이다.

폴란드는 지난 15일부터 자국 거주증이 없는 모든 외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기차, 비행기 등 교통편도 일부 운항이 중단됐다. 헝가리도 지난 12일부터 입국 전 14일 내 한국, 중국, 이탈리아, 이란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불허하고 있다. 나날이 강화되는 조치에 물류망 마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공급망 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긴장 상태”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변수는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인한 전기차 출시 스케줄 변동이다. 차량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내방객 감소는 수요 위축의 직접적 요인이 된다. 영향은 연쇄적으로 배터리 업체에도 닿는다. 김현수 하나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 전기차 신차 출시 스케줄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2분기 배터리 공장 가동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 사업장에도 국내와 동일한 방역 조치를 취해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최근 브로츠와프에서는 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LG화학 관계자는 “인근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면 더욱 예의주시하고 신경 쓸 것”이라며 “이전부터 발열체크,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고 했다.

헝가리 코마롬에 공장을 둔 SK이노베이션도 비슷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코마롬 1공장 가동을 시작해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코로나19가 걸림돌이 되지 않게 협력업체 직원 포함 전직원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공장 방역 등의 조치를 취했다. 삼성SDI도 코로나대응TF에서 헝가리 괴드 공장을 관리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며 “셧다운 등 현지 정부 조치는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