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을 30일 앞둔 16일 황교안 대표를 ‘원톱’으로 하는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선대위원장 영입카드가 불발되자 황 대표가 직접 총대를 멘 것이다. 황 대표는 최대 격전지 서울 종로 선거에다 전국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중책을 스스로 떠안은 모양새다. 반발이 커지고 있는 공천 잡음을 그가 어떻게 가라앉힐지도 관심사다.
황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에 구성되는 선대위는 ‘경제 살리기’와 ‘나라 살리기’ 선대위가 된다”며 “제가 직접 선대위의 총괄 선대위원장으로서 깃발을 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공개 회의에서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황 대표로 하고 공동선대위원장에 박형준 전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과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를 선임하는 안이 의결됐다. 중도·개혁 노선을 주장하는 박 전 위원장과 보수 성향 경제전문가인 신 교수를 통해 중도층 표심을 얻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심판론을 띄우겠다는 포석이다.
통합당 선대위는 속전속결로 꾸려졌다. 최고위는 이날 선대위 추인안 의결 직전에 공동선대위원장 수락 여부를 당사자에게 전화로 물었다고 한다. 통합당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직을 고사하면서 인선 작업이 급박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영입 제안 거부 입장을 밝히며 “황 대표가 여러 명의 선대위원장이 나서는 공동선대위 체제를 다시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김종인 원톱’ 선대위가 꾸려질 수 없어 황 대표 제안을 거부했다는 말이다.
가까스로 선대위를 꾸린 황 대표는 공천 내홍을 수습하는 역할도 맡게 됐다. 하지만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황 대표는 최고위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를 겨냥해 “지역을 수시로 옮기면서 억지로 명분을 찾는 모습은 우리 당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정치 불신만 더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홍 전 대표는 곧바로 페이스북 글을 통해 “협량정치, 쫄보정치”라며 “그대는 이제 그만 입 다물고 종로 선거에나 집중하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최고위는 사천(私薦) 논란이 빚어졌던 최홍 전 ING자산운용 대표(서울 강남을)에 대해 공천 무효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황 대표 주도로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최 전 대표가 출마선언을 하는 도중 공천 무효 의결이 이뤄졌다. 국회의원 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금품수수 등 ‘현저한 하자’가 확인됐을 경우 최고위 의결로 공천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통합당 당규에 따른 결정이었다.
최 전 대표가 ING자산운용 대표로 있던 2014년 12월 금융감독원 제재를 받아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던 게 문제였다. 그러나 최 전 대표는 “2014년 당시 채권운용 임원 잘못으로 금융당국 징계를 받았으며 개인 비리가 전혀 아니다. (최고위 결정은) 불법이자 전례 없는 월권행위”라고 반발했다.
공천 배제된 권성동 의원도 강원 강릉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권 의원은 이 지역 공천장을 받은 홍윤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후보 단일화를 요구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종로에 출마한 데다 전국선거까지 총괄하는 이중고를 떠안은 황 대표의 정치적 위험 부담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거꾸로 총선 승리를 이끌 경우 곧바로 공고한 차기 대선 주자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김경택 김이현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