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만에 다시 ‘방위비 줄다리기’…‘트럼프 몽니’ 어쩌나

입력 2020-03-16 16:58

한·미 양국이 두 달 간의 공백 끝에 11차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앉는다. 과도한 액수를 불러놓고 우리 측의 협상 제안을 걷어차던 미국 측이 돌연 태도를 바꾸며 만들어진 자리지만 협상에 진전이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0억 달러 요구는 현재 30억~40억 달러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도 우리 측에는 터무니없는 액수다.

한·미 양국은 17∼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1차 SMA 7차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한·미가 SMA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 앉는 것은 지난 1월 워싱턴에서 6차 회의를 가진 이후 2개월 만이다. 회의를 위해 정은보 방위비분담금협상대사가 이끄는 우리 측 대표단은 한국 시간으로 16일 오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정 대사는 인천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협상 지연으로 협정 공백과 함께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미 간에는 여전히 입장차가 있지만 서로 노력해서 윈윈하는 결과를 빠른 시일 내에 만들겠다”고 말했다.

두 달 만에 협상 테이블이 다시 열렸지만 장애물은 여전한 상황이다. 미국 측은 올해 분담금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를 요구해오다 최근 30억~40억 달러 수준까지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 기고문에서 한국이 현재 부담 중인 약 10억 달러가 전체 주한미군 관련 지출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엇보다 이번 협상에서 극적인 결과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 측으로부터 큰 양보를 받아내 지지자들에게 치적으로서 과시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각종 유세에서 한국으로부터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 인상을 약속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미국은 내년에 미·일 SMA 협상도 앞두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일본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면 우선 한국으로부터 큰 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얻어내야 한다.

우리 측은 지난해 협상 액수에서 많아야 10% 정도의 인상폭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간극이 매우 크다. 한 외교 소식통은 “만약에 미국이 20억 달러로 요구액을 낮추더라도 우리 입장에서는 100% 인상되는 꼴”이라며 “이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게다가 다음 달부터는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9000여명의 무급휴직 문제가 불거진다. 주한미군은 무급휴직을 강행함으로써 우리 측을 압박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바 있다. 다만 무급휴직이 현실화되면 대북 대비태세 약화뿐 아니라 주한미군 내 각종 시설 운영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측으로서도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문제가 ‘꽃놀이패’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한국인 인건비 문제만 따로 떼어 타결하자고 제안했지만 미국 측은 응하지 않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국 측은 인건비만 우선 타결하자는 제안을 받을 수 없다”며 “미국이 이 제안을 받으면 협상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게 합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