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동영상 강의 들으려 등록금 700만원 냈나” 분통

입력 2020-03-16 16:54 수정 2020-03-19 11:34
개강 첫날인 16일 오전 광주 남구 광주대학교 도서관에서 재학생들이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 방식의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강을 2주 연기했던 대학들이 16일 온라인 강의로 학기를 시작했다. 더이상 개강을 미룰 수 없어 온라인 강의를 도입했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시행돼 여러 대학의 강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서울대·고려대·중앙대·국민대 등에선 수천명의 학생이 온라인 강의 수강을 위해 접속하면서 서버가 일시적으로 다운됐다. 고려대 이러닝지원팀은 “과부하로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접속이 가능한 유선 인터넷이 있는 곳에서 접속해 수업을 수강해 달라”고 안내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온라인 강의로 개강을 맞은 학생들은 강의 수준이 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화여대생 박모(26·여)씨는 “올라온 강의들은 전부 녹화영상인데, 이러다가 수업 시간에 질문 한 번 못하고 학기가 끝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전남대학교 사범대학에서 한 교수가 학생 없이 홀로 원격강의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대학에서는 강의를 과제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산의 한 대학원에 다니는 신모(28)씨는 “온라인 강의는 올리지도 않고, 수업자료만 올린채 과제로 평가하겠다는 강의가 대부분”이라며 “심지어 어떤 교수는 2014년에 만든 사이버강의를 듣고 오라고 했는데, 진짜 등록금을 날로 먹겠다는 애기”라고 분노했다. 서울의 한 로스쿨에 다니는 성모(29)씨도 “개강하는 오늘까지 온라인 강의 계획을 올리지 않은 과목이 2개나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허술한 온라인 강의 시스템을 접한 학생들의 불만은 비싼 등록금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의 한 대학원에 다니는 전모(27)씨는 “토론식 세미나 강의 하나가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과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체됐다”며 “이런 식이면 이번 학기 등록금 700만원 가운데 4분의 1은 그냥 날려버리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교수들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학생들과의 소통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자신만의 강의 콘텐츠가 외부로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선 교수진이 자체적으로 영상을 제작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수는 “학생만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강의는 어떻게든 하겠지만, 녹화된 파일을 공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강의도 하나의 저작물인데, 마구잡이로 유출될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나가야 하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원에 다니는 조모(27)씨는 “교수가 출근을 강제해 매일 10시간씩 주6일 연구실에 간다”면서 “실험도구를 같이 쓰는 등 연구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환경이라 감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대학원생 최모(32)씨도 “공대는 실험이 필수라 온라인 강의가 불가능하다”며 “불안해서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가지만 마스크라도 지급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우진 최지웅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