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지 사기’ 주범 이종필은 어디에… 檢, 라임 ‘편법 돌려막기’ 수사 집중

입력 2020-03-16 16:29 수정 2020-03-16 18:13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잠적한 핵심 피의자 이종필 전 부사장의 행방을 쫓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라임 사태가 결국 펀드 손실을 편법으로 돌려막기한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의 형태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라임 사태를 다중피해 사건으로 규정, 수사팀 확대와 진상규명을 지시한 일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특별검거팀을 꾸려 4개월째 잠적 중인 이 전 부사장 등 사건 관련자들의 행방을 파악 중인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의 최고운용책임자(CIO)로 있으면서 투자 부실을 은폐, 수익률을 조작한 장본인으로 지목돼 있다. 그는 라임이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서 발생한 800억원대 횡령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지난해 11월 돌연 행방을 감췄다.

금융권에서는 과거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당시 일부 사건 핵심들이 밀항을 시도했던 사례들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도 이 전 부사장이 국내에 있을 가능성, 해외 도피했을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의 신병 확보를 위한 국제협력 여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할 것”이라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한편으로는 라임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은행에서의 사모펀드 판매가 허용돼 일반 투자자가 확대된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은 라임 사태가 드러낸 일부 사모펀드의 문제를 그간의 제도 개선과 결부시키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각종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 순자산이 2016년 8월부터 공모펀드 순자산을 추월했는데, 관리감독 체계는 시장의 성장세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수사의 주안점은 구체적으로는 라임의 ‘편법 돌려막기’, 불완전판매에 대한 것이다. 라임은 신규 고객의 돈으로 기존 손실을 메워 왔는데, 투자자들은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헤지펀드 업계 1위라는 회사에서 일종의 ‘폰지 사기’가 일어난 셈”이라고 관측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라임의 운용 펀드 가운데 ‘라임무역금융펀드’에서 부실 은폐와 사기 혐의가 발견됐다고 발표했었다.

법조계에서는 라임이 운용한 다른 펀드들에서도 중대한 부실이 은폐됐다는 지적이 크다. 라임 피해자들을 대리해온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이번 주 안에 나머지 펀드와 관련해서도 고소·고발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 피해자들은 고위험 펀드가 ‘원금 손실이 없는 안전한 펀드’로 판매됐다고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을 상담한 또다른 한 변호사는 “‘부동산 담보가 확실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안심시킨 사례들이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은 지난달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을 만나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건을 집어 언급하며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을 크게 보강하라”고 지시했었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폐지하는 움직임 속에서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사라졌지만, 서민 다중피해 사건은 끝까지 책임을 물으라는 지시였다. 현재까지는 펀드 환매 중단에 따른 잠정적 피해지만, 손실액의 폭이 더욱 크게 확정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엄습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로 피해가 가시화된다는 불안감이다.

정현수 구승은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