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대회 일정 중단되자 ‘테니스 레슨’ 구직 나선 선수들

입력 2020-03-16 16:23
'구직 중'이란 메시지를 전한 알렉스 드미노(21·호주)의 모습. 알렉스 드미노 인스타그램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남녀 프로 테니스 대회가 4월 중순까지 전면 중단되자 직업 활동이 모두 중단된 선수들이 온라인상에서 구직활동을 하고 나섰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세계랭킹 26위 알렉스 드미노(21·호주)는 주차장에서 만화 캐릭터 얼굴 모양을 상체에 입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구직 중’이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올해에만 약 4억원이 넘는 상금을 벌어들여 생계엔 문제가 없지만 코로나19로 대회에 뛸 수 없는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노아 루빈(224위·미국)은 아예 테니스 레슨을 해주겠다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뉴욕에서 테니스 레슨을 받고 싶은 분들은 누구든지 제게 메시지를 달라”며 “현재 신청이 많이 들어와 몇 타임만 자리가 남은 상태”라고 밝혔다. 조니 오마라(복식 랭킹 54위·영국)도 테니스 레슨을 홍보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노아 루빈(224위·미국)의 테니스 레슨 홍보 문구. 노아 루빈 인스타그램 캡처

선수들이 이렇게 나선 건 ATP 투어 대회와 챌린저 대회가 앞으로 6주간 대회를 열지 않기로 해서다. 투어·챌린저 대회보다 등급이 하나 낮은 국제테니스연맹(ITF)의 서킷 대회들도 6주간 중단돼 스폰서 없이 대회에 참여해 벌어들인 상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부 선수들에겐 비상 상황이 닥친 것이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도 마찬가지다. 역시 4월 초까지 기존에 예정돼 있던 모든 일정을 취소했고, 4월 중순 이후 대회가 개최될지도 아직까지 미지수다.

사치아 비커리(25·미국)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력서. 사치아 비커리 인스타그램 캡처

이에 WTA 투어 단식 세계 랭킹 158위 사치아 비커리(25·미국)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력서를 공개했다. 그는 “16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일할 수 있다”며 “2017년 US오픈 본선 진출, 2018년 WTA 투어 대회에서 전 세계랭킹 2위와 톱 30 랭커를 이기고 준결승 진출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실업자’로 소개하고 적극적인 구직에 나선 것. 그는 2018년 세계랭킹 73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건 아니다. 세계적인 톱 랭커들은 모처럼 맞은 휴식기에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세리나 윌리엄스(39·미국)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회가 없는 기간은 고독하게 보내고 싶다”며 “휴일 첫날은 낮잠 두 번에 팝콘을 먹으며 지냈다. 요리나 청소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