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노동당 간부들에게 각성과 결속을 촉구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경제난이 더욱 심해지자 내부 기강 잡기와 함께 희생양 찾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노동당 선전선동부 소속 간부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 5만명이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를 답사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간부들에게 “답사에선 횟수가 기본이 아니라 내용이 기본”이라며 “혁명전적지 답사를 형식주의적으로 관광·유람식으로가 아니라 항일 유격대원들이 겪은 고난과 시련이 얼마나 간고한 것이었는가를 직접 체험하는 계기가 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당국은 일부 당 간부들을 ‘반혁명 분자’로 지칭하는 등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특권의식에 빠져 민심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간부들이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말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리만건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농업부장을 공개적으로 해임하는 강수를 뒀다. 조선중앙통신은 당 간부 양성기지에서 발생한 부정부패가 이들이 해임된 이유라고 전했다.
당을 통한 국정운영을 강조해온 김 위원장이 당 간부 때리기에 나선 것은 북한이 직면한 상황과 매우 안 좋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노동당 창건 75주년이면서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끝나는 해인데도 주민들에게 내세울 만한 경제적 성과가 없어서 간부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실패에 따른 대북 제재 장기화에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김 위원장이 희생양 찾기에 나선 것”이라며 “자신은 최선을 다했지만 간부들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