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대북 평화사업이 감귤 보내기 등 단발성을 벗어나 관광·학술 등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과제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16일 제주도에 따르면 ‘세계평화의 섬’ 지정 15주년을 맞아 제주평화연구원에 의뢰한 평화실천사업 재구상 용역에서 연구진은 ‘한라-백두 남북한 관광협력’ ‘한라산-백두산 공동 학술연구’ 등 구체적이고 진전된 남북 협력 과제를 제언했다.
전체적으로는 2005년 세계 평화의 섬 지정 이후 후속 조치로 진행해 온 기존 17개 사업 중 9개를 추리고,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신규 사업 9개를 더해 총 23개 사업안을 최종적으로 제시했다.
실천안 조정에서 가장 변화 폭이 큰 것은 대북 교류 협력 분야다. 앞선 평화실천사업에는 남북장관급회담 제주 개최와 북한 감귤 보내기 사업이 들어 있었다.
연구진은 기존 남북장관급회담 제주 개최는 남북정상회담 제주 개최로 격을 높이도록 했다.
지난 10년간 남북관계 경색으로 남북회담이 제주에서 열리지는 못했지만 2018년 한반도 정세 변화와 함께 다시금 남북회담 개최지로 제주도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섬이라는 특성상 보안·경비가 수월하고 경관이 아름다워 세계 각국 정상을 맞이하기에 적합하다고도 분석했다.
감귤 보내기 사업은 ‘제주-북한 특산물 나누기’ 사업으로 전환을 제안했다.
1999년 제주도가 추진한 북한 감귤 보내기 사업은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효시로서 의미는 있으나, 일방적인 보내기 형식의 사업보다 지자체의 특산물을 교차해 지원·수입하는 것이 양측의 이해와 이익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신규 사업으로는 한라-백두 남북한 관광협력, 한라산-백두산 공동 학술연구, 크루즈 연결을 통한 대북 관광 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공동 연구와 관련해서는, 한라산과 백두산이 한반도 남·북단을 상징하는 화산이라는 점, 생태·환경보전이 국가와 지자체의 공통된 과제라는 점에 주목했다.
제주도의 우수한 관광자원과 개발 노하우를 북한 관광개발에 접목하고, 제주와 북한을 잇는 크루즈를 통해 기항지로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제주-북한 간 독자적 소통 채널 구축도 함께 주문했다.
이외 국내외 사료 조사를 통한 4·3 진상규명 확대, 증강현실을 활용한 평화관광 프로그램 개발, 제주형 평화교육 개발, 제주평화주간 지정 등도 신규 사업으로 제안했다.
채종협 평화대외협력과장은 “용역진이 제안한 내용을 바탕으로 시대적 기류에 맞는 평화실천사업 시행계획을 마련해 제주 평화사업이 재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005년 정부는 제주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도록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