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손님은 3분의1로 줄고 실업급여 신청자는 크게 늘고’
광주의 지역경제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까지 각 업계가 소비심리 위축으로 멍이 들고 휘청거리다 못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16일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 조사한 결과 지난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6주 동안 전체 외식업소의 고객 감소가 두드러졌다.
전국 600여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광주·전남을 포함한 전라권 외식업소의 경우 고객 감소율이 64%로 집계됐다. 국내 확진 이후 2주간 전라권 일 평균 고객 감소율은 31.2%에 머물렀으나 4주차 33.5%, 5주차 56.9%. 6주차 64%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외식업소 손님이 3분의 1로 세 토막 났다는 얘기다.
3주차 고객 감소율이 3.1%포인트 하락해 회복세로 돌아서는가 싶었지만 광주의 첫 확진자가 지난달 4일 발생하면서 감소폭이 크게 늘었다.
고객이 급감한 데 비해 광주·전남 외식업소와 숙박업소 시중은행 대출은 전년에 비해 5.4%(860억원) 오른 1조6741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외식·숙박업소 등의 불황에 따라 일자리가 줄면서 고용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실직자가 쏟아져 해고 근로자들이 고용복지센터 실업창구로 몰려드는 상황이다.
광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는 지난 2월 실업급여 신청자가 3641명의 전년 같은 기간 2372명보다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지급한 실업급여도 지난해 198억 1542만원에서 244억8130만원으로 46억6588만원이나 증가했다.
3월 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2일까지 실업급여 신청자와 지급액수는 2308명, 94억41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07명, 59억1059만원보다 늘었다.
지역경제가 얼어붙으면서 불어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외식·숙박업소와 여행·관광업계, 건설업 종사자들을 가리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와 코로나 19가 겹친 탓이다.
박모(49)씨는 “2년 넘게 일한 식당에서 손님이 줄어 쫓겨났다”며 “며칠만 쉬라던 사장이 문자로 해고를 통보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대형 사업장인 기아차 광주공장과 금호타이어은 생산·판매량 감소로 허덕이고 있다.
중국 현지 협력사의 조업 중단으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온 기아차 광주공장의 경우 지난달 10일부터 조업을 전면 중단했다가 ‘쏘울’을 생산하는 1공장은 같은 달 12일, 스포티지를 생산하는 2공장은 14일 조업을 재개했다. 봉고트럭을 만드는 3공장도 지난달 24일 정상 조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올 1~2월 생산량은 내수 1만6559대, 수출 4만5311대 등 6만1870대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내수 1만7703대, 수출 5만1947대 등 6만9650대에 비해 11.2% 감소한 것이다.
판매량 역시 지난 1월 국내 3만7050대, 해외 18만85대에서 2월에는 국내 2만8681대, 해외 15만9163대로 부진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하루 3만2000여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다가 올해는 10% 정도 떨어진 하루 2만9000개~3만개로 조업 규모를 축소했다.
금호타이어는 “완성차의 판매 부진은 타이어 등 관련 회사와 부품사의 매출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광주의 관문 역할을 하는 광주 유스퀘어 버스터미널 고속버스 승객도 40%이상 감소했다.
금호고속은 현재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임원들의 임금 20% 삭감과 함께 사무직원 등의 무급 휴직을 권고하는 상황이다.
광주시는 ‘그로키’ 상태에 빠진 지역경제를 살리고 빚으로 겨우 버티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전국 최초로 긴급 경영자금 지원정책을 세워 추진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시는 코로나19 긴급대출 심사 지연으로 ‘운영자금’에 목말라 하는 이들을 위해 대출심사 소요기간 등의 대폭 단축을 정부에 건의하고 무담보 무이자 무보증료 등 3부 혜택 융자를 골자로 한 특별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광주지역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이 최대 7000만원 한도에서 신용도 매출액에 따라 광주신용보증재단에서 무담보 융자를 받도록 알선하고 1년치 이자와 보증수수료 등 1인당 최대 259만원을 지원한다는 게 주요내용이다.
광주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일자리는 사라지고 실직자는 쏟아지고 있다”며 “서비스업과 제조업 가릴 것 없이 혼수상태에 빠진 지역경제를 살려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