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30대는 어떤 기업에 입사하길 원할까. 자율성을 중요시하는 1990년대생들은 전통적 대기업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수평적 의사소통 체계를 갖춘 IT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플래닛이 최근 취업준비생과 직장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다니고 싶은 기업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카카오가 1위(23.65)를 기록했다. 2위는 검색 포털과 뉴스 서비스로 친숙한 네이버(18.6%)가, 재계 1위인 삼성(14.1%)은 3위에 그쳤다. 이어 SK(10.6%) CJ(9.8%) 순이었다.
실제 16일 카카오에서 일하는 20대 신입 직원들에게 회사의 장점을 물었다. 이들은 수평적 소통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꼽았다. 단적인 예가 호칭이다. 카카오에서는 모든 직원이 솔직한 의견 개진을 위해 직책이 아닌 스스로 정한 영어 이름으로 불린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도 ‘여 대표님’이 아니라 그냥 ‘메이슨(Mason)’이다. 조수용 대표도 ‘션(Sean)’으로 통한다.
A씨는 “대표나 10년차 개발자에게도 ‘님’을 붙이지 않다 보니 나 같은 신입 개발자도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할 수 있다”며 “새내기 사원도 존중받는 분위기에서 일하다 보니 회의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문화도 큰 장점이다. 시중은행에서 일하다 카카오뱅크에 파견 왔던 직원들이 카뱅에 남기로 결정한 데에도 자율출퇴근제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 직원들에게 “넥타이 매고 양복 입고 정시에 다시 출근할 수 있겠냐”고 했을 때 대부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는 것이다. B씨는 “대개 회사는 출·퇴근 시간이 고정돼 있어서 여가를 즐기는 데 제약이 있다”며 “카카오에서는 자율 출퇴근제를 활용해서 유연하게 나만의 생활 패턴을 짤 수 있다”고 했다.
성장 가능성도 IT 개발자들에게 큰 매력을 주는 듯하다. C씨는 “카카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성장 가능성”이라며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네이버 직원 역시 “신입 직원들이 우리 회사를 선택하는 이들의 가장 강한 동기는 자기 계발”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의 경우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기업이다. 글로벌 위상과 대우 등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다수가 선호한다. 뒤를 이은 SK나 CJ도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눈여겨볼 만하다. SK는 직원들의 행복과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같은 설문에서 응답자 29.4%가 구직시 중요한 조건으로 급여를 꼽았다. 복지(24.6%)가 2위, 업무와 삶의 균형(20.2%)이 3위를 차지했다. 사내문화(18.1%)는 4위 워라밸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잡플래닛 관계자는 “대기업의 인기는 여전히 좋지만 시간이 갈수록 선호도가 떨어진다”며 “우수한 인재를 얻으려면 그룹 브랜드를 시장 변화에 따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