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일 안해도 월급’ 발언 일파만파…불붙은 시민청원

입력 2020-03-16 15:12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학교에는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이 있다’고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거듭 사과의 뜻을 표했지만 해명을 요구하는 시민 청원이 올라오는 등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교육감님이 페이스북 게재한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에 대한 해명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15일 밤 교육감님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달린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 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요구한다”며 “교육감이라는 자리에서 학교 현장에 대한 인식을 위와 같이 가지고 계신 것으로 읽히는바, 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들 사이에서 해당 발언에 대한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사기 저하가 심각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괜히 한 말씀이 아닌 무엇인가 마음속에 정하고 글을 쓰신 것으로 파악되는바 교육 주체 간의 불필요한 논쟁 및 비난을 막기 위해 해당 글을 작성하신 교육감께서 직접 해명하여 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교육감 시민청원 게시판 캡처

교육감의 해명을 요구하는 해당 청원은 만 하루도 안 된 이날 오후 2시 기준 1만 36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교육청 시민청원은 등록 후 30일 안에 1만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교육감이 직접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교육청 시민청원 외에도 조 교육감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16일 성명을 통해 “조 교육감이 전국 교원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고 공분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공식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교총은 “조 교육감의 잘못된 언행으로 졸지에 교원들이 국민들 앞에 놀고먹는 집단, 공공의 적이 돼 버렸다”면서 “조 교육감의 실언은 평소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서 전국 56만 교육자와 함께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교육감에게서 나온 발언이라고 믿어지지 않고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사과 글을 올리는 것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교육감으로서 앞으로 행보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날 서울시교육청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조 교육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추가 개학 연기에 대한 여론을 묻는 글을 올렸다. 이후 시민들과 댓글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사실 학교에는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 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다”며 “후자에 대해서 만일 개학이 추가 연기된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적었다가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댓글이 올라오자마자 ‘교육감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조 교육감은 재 댓글을 달며 “오해를 촉발하는 표현을 쓴 것 같다”며 “결코 교사 대 비교사의 구분을 말한 것이 아니다”라며 “교육감이나 공무원은 일의 양이 어떻든 간에 월급을 받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생활이) 안정적이지만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등 (그렇지 않은) 그늘진 부분에 대해서도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페이스북 사과 메시지 캡처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조 교육감은 페이스북에 “페이지 댓글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표현을 쓴 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는 “제가 쓴 댓글 중 일부 표현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선생님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개학 연기를 두고 조정돼야 할 여러 사안을 두고 고민하다가 나온 제 불찰이었다. 선생님들께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엄중한 코로나 국면에서 학교에서 헌신하고 계신 분들을 이리저리 나누거나 차별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며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진심은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모든 교육 공동체 여러분께서 애를 쓰고 계신데, 그 와중에도 소외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이었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국가적 대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에 계신 교사분들이나 행정실 직원분들이 매일같이 고생하고 계시하는 건 교육감인 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개학 연기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비상근무를 하시며 아이들 학습자료 제작과 학사일정 조정, 긴급 돌봄 등등 학생들의 학습과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실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도 적었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