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마!’ 고함에도…” 은혜의 강 교회 ‘밀집 예배’는 계속됐다

입력 2020-03-16 15:10 수정 2020-03-16 15:18
출입 통제 중인 성남 은혜의 강 교회.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 ‘은혜의 강 교회’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전수조사 대상 신도 135명 가운데 4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아직 검사가 진행 중이라 추가 발생 가능성도 크다.

이번 집단 감염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에 이어 수도권에서 2번째로 확진자 수가 많다. 소형 교회에서 이토록 급속하게 감염자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교회 측이 강행한 ‘밀집 예배’ 탓이라는 주장이 많다. 교회와 가까이 거주하는 이웃 주민들 사이에서는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수십명이 몰려와 예배를 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은혜의 강 교회는 성남 구도심의 오래된 상가건물 3, 4층 일부를 사용한다. 각 층의 면적은 35평가량인데 3층의 절반, 4층의 절반을 학원과 나눠쓰고 있는 구조다. 교회는 3층은 예배당으로 4층은 식당과 휴게실로 사용한다.

130여명의 신도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매우 좁은 장소다. 성남시는 매번 100명 정도의 신도가 다닥다닥 붙어 예배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4층 공간에는 음식을 만들고 식자재 등을 보관하는 곳이 함께 있어, 식사 시간의 경우 훨씬 더 밀집한 상태로 대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교회 내 창문 수는 8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금과 같은 동절기에는 열지 않고 예배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 47명 코로나19 확진된 은혜의강 교회 주변 방역. 연합뉴스

집단감염이 이뤄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에서도 신도들의 단체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말 종교 집회 자제와 연기를 요청한 이후인 지난 1일과 8일에도 역시 예배를 강행해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는 것이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20여명의 신도가 꾸준히 드나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민은 16일 연합뉴스에 “주변 큰 교회들은 다 예배를 쉬는데 유독 은혜의 강 교회만 난리 통에 집회를 강행했다”며 “하지 말라고 누가 고함을 쳤는데도 2주 연속 계속됐다”고 말했다. 또 “신도들이 예배를 마친 뒤 식사를 할 때면 노랫소리와 함께 고성이 흘러나왔다” 등의 증언도 있었다.

은혜의 강 교회 건물은 언덕 경사로와 인접해 있다. 따라서 4층 출입구와 뒤쪽 주택가 1층은 곧바로 연결된다. 이같은 구조 때문에 주민들은 신도들과의 접촉이 잦았다며 추가 감염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은혜의 강 교회 목사 부부와 신도 등 6명이 지난 9~15일 차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16일에는 신도 41명의 감염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자가격리된 교회 신도는 단 7명에 불과했다.

성남시는 이 교회 신도 135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아직까지 29명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8명에 대해서는 재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