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회의 소집한 IOC, 올림픽 연기 위한 포석?

입력 2020-03-16 15:08 수정 2020-03-17 13:43
WHO 12일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바흐 13일 “WHO 권고 있다면 따라야”
아베 14일 “올림픽 예정대로 개최 원해”
돌아선 일본 국민, 올림픽 개최 부정적 여론 81%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올림픽 개막을 1년 앞둔 지난해 7월 24일 도쿄 국제포럼센터 회담장에 나란히 앉아 있다. 신화뉴시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종목별 국제단체 회장들이 17일 밤 9시(한국시간) 화상회의로 둘러앉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취소·연기를 반복하는 2020 도쿄올림픽 예선의 종목별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다. 올림픽 개막일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130일. IOC가 일본 정부와 뜻을 모아 기조를 유지해 온 올림픽 강행론은 이제 중대 기로에 놓였다.

국내 체육계 관계자는 16일(한국시간) “바흐 위원장과 올림픽 종목별 국제단체 대표자들이 IOC 본부 소재지인 스위스 현지시간으로 17일 오후 1시(한국시간 밤 9시)를 기해 인터넷망으로 연결한 화상 통화에서 의견을 나누는 컨퍼런스 콜을 진행한다”며 “종목별 국제단체 회장들은 IOC에 올림픽 예선의 진행 상황을 전달하고, IOC는 그 현황과 의견을 수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정식 종목은 모두 28개. 한국에서는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서울 세종대로 연맹 사무국에서 회상 회의에 참여한다. 태권도는 한국을 종주국으로 둔 유일의 올림픽 정식 종목이다. 세계태권도연맹 관계자는 “올림픽 태권도 예선이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고, 그 일정도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그렇지 않은 종목들도 있어 여러 문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IOC 관계자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 상황 대응에 대한 종목별 국제단체의 질문을 받고 답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는 IOC가 종목별 국제단체들로부터 올림픽과 관련한 문의나 해결 과제들을 접수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얘기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4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 본부에서 집행위원회를 마치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그 이면에는 IOC가 기존의 올림픽 강행론을 선회할 명분을 쌓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바흐 위원장과 종목별 국제단체 회장들의 회의가 긴급하게 소집된 것만으로도 일본 정부에 작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본 언론들은 회의 소집 소식을 앞다퉈 보도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올림픽의 정상적 개최에 대한 IOC와 일본 정부의 입장은 일치했다. 바흐 위원장은 지난 4일 스위스 로잔 본부에서 IOC 최상위 의결 기구인 집행위원회를 마치고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시 IOC는 집행위 명의의 성명에서 “모든 선수들은 올림픽을 예정대로 준비하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이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당장 바흐 위원장의 발언부터 미묘하게 달라졌다. 바흐 위원장은 지난 13일 독일 ARD방송과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WHO가 올림픽 취소를 요구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라는 질문에 “WHO의 조언을 따르겠다”고 답했다. 이 발언을 놓고 바흐 위원장이 올림픽 강행론에서 한발 물러났다는 해석이 나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 이튿날인 지난 14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 확대를 극복하고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며 강행론을 고수했다. 하지만 일본 국민 여론은 이미 비관론 쪽으로 기울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이 나온 지난 12일, 일본 도쿄 도심에 설치된 올림픽 카운트다운 시계 앞을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일본 스포츠지 스포츠호치는 “지난 13일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에 대한 의견을 설문한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500명 중 62%가 ‘연기해야 한다’, 19%가 ‘취소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정상적인 개최를 부정적으로 본 의견이 81%로 나타난 셈이다. ‘예정대로 개최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19%에 불과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엿새 전인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24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5%로 집계됐다. 일본 안에서 올림픽 비관론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압도적인 여론으로 확산된 셈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