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문화예술계를 뼈아프게 내리쳤다.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문화예술인들은 상반기 공연을 모두 날릴까 노심초사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은 실효성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4일까지 연극·뮤지컬·클래식·오페라·무용·국악 등 공연 매출액은 184억249만원이다. 1월(322억4228만원)보다 절반 가까이(42.9%) 줄었다. 최한호 예그린시어터 극장장은 지난달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 이전 객석점유율은 통상 60∼70%대였지만 현재 이중 절반은 취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계의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 차원의 대책은 더디다. 기획재정부는 경제 회생과 서민 안정 목적으로 11조7000여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문화예술계 관련 대책은 전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추경 예산 어디에도 위축돼 버린 예술가와 예술 활동에 대한 대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내놓은 ‘코로나19 대응 공연분야 긴급 지원 방안’에도 물음표가 찍힌 상황이다. 예술인들이 긴급생활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도록 다음달부터 총 3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으나 결국엔 ‘빚’이라는 점에서 거부반응이 나온다. 이마저도 개인을 위한 지원이고 규모도 작아 업계 차원의 해결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 특히 예술 활동과 피해 증명 과정이 까다로워 신청 승인까지 총 한 달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연 관계자 “현장에 도움이 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소극장 임대료나 대관료 지원 같은 방안이라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문체부는 예산 300억원을 투입해 ‘원 플러스 원’ 대책을 내놨다. 티켓 1장을 사면 1장을 더 제공하는 사업인데, 실질적인 효과는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르스를 거울삼아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때만큼이라도 지원해달라는 아우성도 있다. 김용제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회장은 지난달 박 장관과 만나 “우리도 먹고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메르스 당시) 1+1 사업 같은 대책이라도 나와야 한다. 현장과 논의해 창의적인 방안을 플랫폼화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다수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상황을 대비해 적극적 대책을 요구했다. 지춘성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문체부에 “단기 대책도 좋지만 장기적인 수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방지영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이사장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계속 여러 재해가 있었다”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어떤 조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매뉴얼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은 “비상시 예술가와 예술 활동 지원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