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지방선거 강행한 프랑스… 기권율 56% ‘역대 최고’

입력 2020-03-16 14:24 수정 2020-03-16 17:11
프랑스 파리 시장 후보로 출마한 중도성향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의 아녜스 뷔진 전 보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선거운동본부에서 선거 결과를 예상하는 발표를 마친 뒤 연단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이 유럽 각국의 선거 일정과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는 역대 최저 참여율을 기록했고, 영국은 오는 5월로 예정됐던 지방선거를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은 15일(현지시간) 진행된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기권율이 56%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4년 지방선거 때보다 20%포인트가량 높을 수치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프랑스는 투표 참여도를 투표율이 아닌 기권율로 측정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최저 수준의 참여율을 기록한 것은 많은 유권자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전염병에 취약한 노년층의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 정부는 전국에서 10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슈퍼마켓과 약국을 제외한 모든 상점과 음식점, 카페, 바 등의 영업도 금지한 상태다.

이날 파리 시장 선거에선 중도좌파 사회당 소속인 안 이달고 현 시장이 경쟁자들을 큰 표차로 누르고 선두를 달렸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소프라스테리아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고 파리시장은 30.2%를 얻어 제1야당인 중도우파 성향의 공화당 소속 라시다 다티 전 법무 장관을 8%가 넘는 차이로 앞질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 후보인 아녜스 뷔쟁 전 보건장관은 17.6% 득표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후보자 개인이 아닌 정당에 투표한다. 이날 1차 투표에서 10% 이상을 얻는 정당은 결선 투표에 진출해 최종 승부를 가린다.

투표 참여율이 낮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자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은 오는 22일로 예정된 결선투표를 예정대로 진행할지에 대해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1차 투표를 앞두고 지방선거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선거를 갑자기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며 선거를 예정대로 강행했다.

15일 기준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423명, 사망자는 127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영국 정부는 오는 5월 7일 실시할 예정이었던 지방선거를 1년간 연기하기로 했다. 올해 지방선거에선 수도 런던을 포함해 8곳의 직선시장과 잉글랜드 지역 117개 지방의회 의원을 뽑을 예정이었다.

일간 가디언은 “선거위원회가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선거 유세와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올 가을까지 지방선거를 연기할 것을 이미 권고했다”면서 “정부도 선거위원회와 같은 판단을 내리고 내년으로 선거를 미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시장 재선에 도전할 예정이었던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계속해서 정부 기관, 전문가들과 함께 코로나19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내 힘이 닿는 한 런던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영국에선 코로나19가 내년 봄까지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가디언이 이날 입수한 영국공중보건국(PHE)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영국인 80%가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으며 그 중 15%인 790만명이 병원에 입원해야 할 수 있다. 보고서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고위 관계자들에게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