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에 달하는 세탁 후에도 마스크 필터의 효율이 그대로 유지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 연구팀이 세탁 후에도 효율이 유지되는 ‘나노섬유 멤브레인(membrane, 아주 얇은 막)’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마스크용 정전식 섬유필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섬유 표면의 정전기가 소실됨에 따라 성능이 계속해서 떨어진다.
또 수분이나 물에 닿으면 정전기 기능이 사라지며 필터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에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절연블럭 전기방사법’은 2개의 직선이 직각으로 만나는 직교(直交) 형태의 나노섬유를 제조하는 공정이다.
직교형태의 나노섬유는 공기필터의 압력 강하를 최소화하고, 여과 효율을 최대로 끌어낸다는 특징이 있다.
또 나노섬유의 종류·두께·밀도 등을 조절할 수 있어 원하는 특성의 나노섬유 멤브레인을 제작할 수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한 직교 나노섬유 기반의 마스크는 나노섬유 멤브레인의 구조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세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연구팀이 에탄올 살균 세척 실험을 수행한 결과 20회 반복 세척 후에도 마스크가 초기 여과 효율을 94% 이상 유지했다. 또 손빨래를 한 후에도 멤브레인의 구조 변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에탄올에 3시간 이상 담가도 나노섬유가 녹거나 멤브레인이 뒤틀리는 현상이 없었다. 에탄올로 살균·세척할 경우 한 달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직교 나노섬유 기반의 마스크는 이밖에 마스크 겉면 안쪽에 필터의 삽입 교체가 가능해 10~20회 세척해서 사용한 뒤 필터를 교체할 수 있다. 굽힘 테스트를 4000회 이상 반복 실시한 후에도 KF80 이상의 성능이 유지되는 등 내구성 역시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KAIST 교원 창업회사인 ㈜김일두연구소는 이 기술을 사용할 경우 폭 35㎝의 멤브레인을 1시간당 7m 정도 생산, 하루 평균 1500장 정도의 나노섬유 마스크 필터를 제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렬된 나노섬유 기반의 마스크 필터는 에탄올 소독 세척이나 가벼운 손세탁만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마스크 품귀 문제나 마스크를 폐기할 때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며 “식약처 승인 등의 관련 절차를 거쳐 제품화한 후 양산 설비를 증설해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렬된 멤브레인에 항균기능을 부여해 사용 안정성이 더욱 향상된 고품질 필터를 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