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올림픽 연기·취소 의견이 80%를 넘어섰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정부의 강행론과 다르게 국민 여론은 비관론에 무게를 실은 지표로 볼 수 있다.
일본 스포츠지 스포츠호치는 16일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3일 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에 대한 의견을 설문한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500명 중 62%가 ‘연기해야 한다’, 19%가 ‘취소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정상적인 개최를 부정적으로 본 의견이 81%로 나타난 셈이다. ‘예정대로 개최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19%로 적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틀 뒤인 지난 14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 확대를 극복하고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는 오랫동안 올림픽 강행론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국민 여론은 최근 들어 달라졌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24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5%로, ‘정상 개최’를 택한 응답자(40%)보다 많았다.
일본 내 체육 인사도 지식인도 ‘개막일 연기’나 ‘무관중 경기’와 같은 대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재일교포 2세인 일본의 야구 영웅 장훈은 지난 15일 일본 TBS 아침방송 ‘선데이 모닝’에 출연해 도쿄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 가능성에 대해 “위험한 일은 그만두는 편이 낫다. 1년 연기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일본 국민 사이에서 비관론이 강행론을 압도한 정황은 다른 매체의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일본 스포츠지 스포니치가 인터넷 홈페이지 설문조사를 통해 509명의 의견을 수집한 결과에서 ‘연기’ 의견은 57.2%, ‘취소’ 의견은 20.6%로 나타났다.
77.8%의 응답자가 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셈이다. 무관중 경기에 대한 의견도 5.2%로 적지 않았다. ‘예정대로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은 17%에 불과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