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진복 입고 할머니 옆에 계속 붙어있어죠. 그러니까 점차 안정돼 완치까지 되고…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80대 중증 치매 환자가 병원에 함께 따라가 극진히 간호한 손자의 효심과 의료진의 노력으로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주인공은 경북 청도군 청도읍 박용하(31) 씨와 할머니 김갑생(85) 씨다.
김씨는 청도지역 주간보호센터에 다니다 지난달 28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포항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14일 완치 판정을 받고 귀가했다.
손자 박 씨에 따르면 할머니는 수술을 받기도 했고 치매 증세도 있어 인지능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병원에만 가면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바람에 의료진들도 애를 먹곤 했다.
하지만 당뇨나 고혈압 등 심각한 기저질환이 없었던 것은 다행스러웠다.
할머니와 단 둘이 생활하는 박 씨는 평소에도 할머니가 주간보호센터를 다녀오면 도맡아 간병을 해왔다. 할머니가 확진판정을 받자 박 씨는 고민한 끝에 직접 병원에서 할머니를 돌봐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차피 자가 격리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병원에서 할머니 옆에서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할머니는 박 씨에겐 엄마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여의고 할머니 손에서 자란 그에겐 어쩌면 엄마 이상의 크나큰 품이었다.
박 씨는 할머니가 입원한 다음날인 29일 포항의료원으로 들어갔다.
할머니와의 특별한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자 병원 측은 방진복을 입고 복도에 보호자용 침대를 놓고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병원 측은 나중에 박 씨에게 환자용 침대로 바꿔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병원 측으로부터 소정의 교육을 받고 난 뒤 박 씨는 방진복을 입고 가급적이면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았다. 식사를 함께 할 수는 없었지만 수시로 대화를 시도하면서 마음을 안정시켰다. 치매증상을 보인 할머니 치료에 힘들어하던 포항의료원 의료진도 할머니를 어르고 달래는 박 씨에게 격려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입원하고 처음 3일은 식사도 못하던 김 할머니는 손자가 곁에 있자 링거액도 맞으면서 제대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회복속도도 빨라졌다. 이후 친지들과 전화통화까지 이뤄지자 마음이 안정되면서 크게 호전되기 시작했다.
이들의 퇴원소식에 이철우 경북지사는 15일 ‘코로나19 정기브리핑’에서 이 청년을 언급하며 “손자가 얼마나 갸륵한지 모르겠다”고 칭찬했다.
경산에서 제빵사로 근무하는 박 씨는 “환자들 치료에 전념하는 의료진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정말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며 “퇴원한 할머니는 거동도 하시고 식사도 잘하신다. 할머니 곁에 있는 게 최고의 효도라 생각하고 아낌없이 잘해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도=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