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사표 같았던 최강욱 비서관의 ‘사퇴의 변’

입력 2020-03-16 11:29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16일 사의를 표하며 “앞으로도 역사와 직면할 것이며, 우리 사회의 거침없는 발전과 변화를 위해 어디서든 주어진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기소 이후에도 이례적으로 자리를 지키던 최 비서관이 4·15 총선 비례대표 출마자의 공직 사퇴 시한인 이날 사의를 표하면서 여의도로 직행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 비서관은 이날 SNS에 올린 ‘사직의 변’에서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대통령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안에서 대통령님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생각했다”며 “대한민국의 역사, 문재인정부의 역사를 거듭 생각하며 이제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글의 제목은 ‘사퇴의 변’이었지만 ‘총선 출사표’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최 비서관은 “촛불 시민의 명령을 거스르려는 특정 세력의 준동은 대통령님을 포함해 어디까지 비수를 들이댈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며 “더구나 역사의 수레바퀴를 어떻게든 되돌리려는 집요한 음모를 마주하고도 뒷전에서 외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에 임하는 피고인의 입장은 전혀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출마자의 공직 사퇴 시한이었다. 최 비서관이 “좌시할 수 없다” “주어진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볼 때 열린민주당이나 비례연합정당 등 범여권 비례정당에 합류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 비서관은 재판에 임하는 입장은 밝히지 않은 대신 검찰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나름의 소임을 다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저는 뜻하지 않게 ‘날치기 기소’라는 상황을 만나 결국 형사재판을 앞두게 됐다”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청와대 근무 전인 2017년 10월쯤 자신의 법무법인에서 조 전 장관의 아들이 인턴 활동을 했다는 허위 확인서를 써줘 입시에 활용하게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젔다.

최 비서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업무방해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세 차례 검찰 출석 통보를 받았지만 “조 전 장관 아들이 로펌에서 밤에 인턴 활동을 했다”는 취지의 서면 진술서만 제출하고 소환에는 불응했다. 검찰이 이후 자신을 기소하자 “전형적 조작 수사이고 비열한 언론 플레이”라는 입장을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내놓기도 했다.

최 비서관은 기소 이후에도 이례적으로 비서관직을 유지했지만, ‘공직기강’ 업무를 맡기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 비서관들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넘겨지면 즉시 사퇴하던 관행을 깬 것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