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 영화들은 정면승부를 택했다

입력 2020-03-16 09:58
영화 '주디'. 퍼스트런 제공,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많은 영화가 개봉을 연기한 가운데 용감하게 출사표를 던진 영화들이 있다. 개봉일에 맞춰 지출한 홍보 비용이 이미 상당해 진퇴양난에 처했던 배급사들이 정면승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봉이 극장과 배급사의 숨통을 트는 계기가 될지도 관심사다.

개봉을 확정한 영화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주디’다. 오는 25일 개봉을 확정한 주디를 통해 주연 르네 젤위거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안았다. 이 작품에서 연기와 함께 노래를 선보인 젤위거는 인생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디는 할리우드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 역을 소화했던 배우 주디 갈랜드의 마지막 콘서트를 그린다. 연기자이면서 가수였던 갈랜드는 뮤지컬 영화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오즈의 마법사로 세계적 스타가 됐고 아카데미 특별상을 받았다. 이후 뮤지컬 ‘나와 나의 소녀를 위해’ 등을 줄줄이 히트시켰다. 젤위거는 갈랜드를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엔터테이너로 존경받았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갈랜드는 약물중독에 빠지고 수차례 자살 기도를 했다. 극적으로 복귀했지만, 약물 과다로 1969년 47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 ‘트루 스토리’(2015) ‘맥베스’(2010) 등을 연출한 루퍼트 굴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9일 개봉하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는 세계 영화사에서 이단아이자 혁명가로 통하는 감독 장 뤽 고다르의 감춰진 삶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고다르의 연인이자 부인이었던 배우 겸 소설가 안느 비아젬스키의 회고록 ‘1년 후’를 원작으로 했다. 고다르의 이색적인 면모를 두루 확인할 수 있다. 그는 1960년 ‘네 멋대로 해라’로 세계 영화사의 흐름을 바꿨고 1967년 ‘중국 여인’을 촬영하던 중 여배우 안느와 사랑에 빠졌다. 1968년 영화계 혁명을 일으켰던 그는 자신의 삶에도 혁명 같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프랑스 감독 미셀 하자나비시우스의 신작이다. 하자나비시우스는 영화 ‘아티스트’(2011)로 제8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았으며, 영화 ‘더 서치’(2014) 등을 연출했다. 프랑스 배우 루이 가렐과 스테이시 마틴이 호흡을 맞췄다.

‘스킨’은 극단적 인종차별주의자 손에 자란 브라이언(제이미 벨)이 사랑하는 여인 줄리(다니엘 맥도널)를 만난 후 겪는 극심한 성장통을 그린 실화 바탕 영화다. 끝없는 폭력으로 세상에 대한 증오를 먼저 배운 브라이언은 줄리를 만난 후 조직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지만, 조직은 그를 끝없이 위협하고 추적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와 고전 ‘빌리 엘리어트’(2000) 등으로 한국에 친숙한 배우 제이미 벨이 주연을 맡았다. 베를린국제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도 선정됐다. 19일 개봉을 확정지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미뤘던 영화 ‘이장’도 25일 관객을 만난다. 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가부장제 모순을 지적하는 이 작품은 아버지의 묘 이장을 위해 모인 다섯 남매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풍자한다. 단편영화 ‘새들이 돌아오는 시간’(2016) ‘순환소수’(2017)를 연출한 정승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배우 장리우 이선희 공민정 윤금선아 곽민규 등이 출연한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