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최초의 한국 드라마 ‘킹덤’ 시즌2가 13일 190여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킹덤은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좀비’를 드라마로 끌어온 새로운 장르물이다. 이를 조선시대 창궐하는 역병으로 바꿔 동서양의 절묘한 조화를 재현했다. 지난해 공개됐던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는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 왕권을 탐하는 일가의 탐욕과 불신의 늪에 빠진 왕세자 창(주지훈)이 벌이는 피의 사투가 담겼다.
드라마가 공개되자마자 시즌1에서 깔아놓은 복선을 시즌2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전 세계의 시선이 꽂혔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뜻밖의 시의성을 잡았다는 평도 나온다.
코로나19 덮친 지금과 역병 도는 조선… 극 속 감염병 모습은
공교롭게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시기에 공개됐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좀비 전염병의 시발(始發)에 관한 드라마 ‘킹덤’을 보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는 것은 초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창이 “이곳이 뚫리면 모두 죽는다”고 말하는 장면과 전염병 확산세가 빠르고 심각한 지역은 봉쇄하는 설정은 낯설지 않다. 수년 전부터 기획된 작품이지만 의도하지 않은 여러 장치와 현시대 상황이 맞아 떨어질 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서비(배두나)의 “역병도 끝날 것입니다.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오면 이 모든 악몽이 끝날 것입니다”라는 대사는 여러 번 회자됐다. 감염병 상황에서 희망적 메시지를 읽었다는 평가다.
시즌1 복선 하나하나 거두는 재미 쏠쏠
배우 주지훈은 앞서 시즌2 제작발표회 당시 “떡밥(복선)이 참 잘 회수된다”고 말했다. 김은희 작가는 시즌1에 생사역(역병에 걸린 사람)의 비밀 등 여러 복선을 극 곳곳에 설치했고 이를 다음 시즌에서 회수할 요량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시즌1의 마지막 대사는 “햇빛이 아니었어. 온도였어”였다. 생사역의 중요 정보를 알아내면서 이를 통해 전개되는 사건들은 다음 시즌으로 넘긴 것이다. 시즌1에서 촘촘하게 설계된 복선이 시즌2에서 모두 거둘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이를 훌륭히 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즌1에서 뿌려놨던 생사역의 비밀이 시즌2에서 대거 공개된다. 실마리가 풀리면서 드라마 주제 의식도 선명해진다. 시즌1이 조선시대 탐관오리 밑에서 괴로워하는 민초의 배고픔을 좀비라는 소재에 투영해 표현했다면 시즌2에서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부각된다. 인간을 좀비로 만들고 이를 조종하는 이들에게는 오로지 자신을 위한 목적이 있다. 여기서 인간의 내면을 읽고자 했다.
전지현의 역할은?
시즌2 마지막 장면에서 서비는 “생사초에는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말하면서 또 다른 시작을 알렸다. 극 중 생사초는 전국 곳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생사초를 팔고 다니는 미지의 인물이 언급되는데, 이때 등장한 배우는 전지현이다.
전지현은 시즌2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극 중 이름은 ‘아신’으로 시즌3가 나온다면 생사초의 더 큰 비밀을 쥔 주연급으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시즌2 말미 어린 왕으로 등장한 배우 김강훈, 어린 왕을 보필하는 내시 안재홍도 비중있는 캐릭터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