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 성장률, 실질 성장률+물가 변동분
가계 부채, 세수 예측, 국가채무 관리 기준
정부 2020~2023년, 3.4%, 4.1%, 4.1%, 4.1% 예상
코로나19로 하락 불가피…개인, 국가 ‘빚 관리’ 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상 성장률’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상 성장률은 우리가 흔히 경제 성장을 말할 때 쓰는 ‘실질 성장률’에 물가 상승분을 더한 값이다. 개인의 가계 대출, 정부의 세수 예측과 빚 관리에 기준이 된다. 코로나19로 경상 성장률이 하락하면 이같은 계획은 모두 틀어질 수 밖에 없다. 2023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40%대로 유지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경상 성장률은 ‘체감 성장률’로 불린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물가 변동까지 합쳐져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돈의 현황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체감 경기와 가장 가까워 개인과 국가가 지출 계획을 세울 때 기준이 된다.
정부의 2020~2023년 경상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3.4%, 4.1%, 4.1%, 4.1%다. 올해는 전망치를 3.8%에서 3.4%로 낮췄다. 그런데도 전망치 달성은 불확실하다. 일단 실질 성장률부터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실질 성장률을 2.4%로 예상했지만, 코로나19로 1%대 성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가 상승 폭도 크지 않을 수 있다. 경상 성장률에 반영되는 GDP물가는 소비자물가뿐만 아니라 수출·수입 가격, 국제유가, 환율 등도 반영한다. 코로나19로 교역 조건이 나빠지면 GDP물가도 하락한다. 실제로 지난해 경상과 실질 성장률의 차이인 GDP디플레이터는 미·중 무역 갈등, 반도체 부진 등으로 전년 대비 0.9% 하락했다. 또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으면 수요가 위축돼 물가는 하락한다. 코로나19는 이런 측면에서도 GDP물가를 하락시킬 수 있다.
경상 성장률이 예상보다 내려가면 당장 개인과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가계빚 증가율이 개인이 손에 쥐는 돈의 증가율(경상 성장률) 보다 더 높으면 부채 위험도는 커진다.
더 위험한 건 정부다. 정부는 매년 경상 성장률 전망치로 5개년 재정 운용 계획을 세운다. 지난해 정부가 세운 2023년까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계획은 46.4%다. 이번 추경으로 그 비율은 47.9%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경상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3.4~4.1%)를 달성하지 못하면 비율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국가채무비율을 계산할 때 분자에 위치하는 ‘빚’은 그대로인데, 분모인 GDP 자체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국가채무비율 40%대 유지가 쉽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경상 성장률은 수입 예측에도 쓰인다. 전망치가 어긋나면 수입은 계획보다 덜 들어온다. 반면 지출은 계획한 만큼 쓴다면 빚은 더 늘어난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지출 규모는 예상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세수 부족, 지출 증가, GDP 감소 등이 한꺼번에 영향을 미치면 국가채무비율은 훨씬 더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 정부의 재정 운용이 꼬이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2020년 추경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경상 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4%로 조정한 것만으로도 GDP 대비 국가채무가 39.8%에서 40.7%로 상승했다”며 “2021~2023년 4.1%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경상 성장률 전망이 예상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채무가 급속하게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