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 연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최강욱(52)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16일 사의를 표명했다.
최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대통령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안에서 대통령님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생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비서관은 “소임을 다하고자 노력했으나, 뜻하지 않게 ‘날치기 기소’라는 상황을 만나 결국 형사재판을 앞두게 됐다”며 “촛불시민의 명령을 거스르려는 특정 세력의 준동은 대통령님을 포함해 어디까지 비수를 들이댈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최 비서관은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역사와 직면할 것이며, 우리 사회의 거침없는 발전과 변화를 위해 어디서든 주어진 소임을 다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역사, 문재인 정부의 역사를 거듭 생각하며 이제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간다”고 남겼다.
앞서 최 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 발급한 혐의로 지난 1월 23일 검찰에 기소됐다. 그러나 두달 가까이 현직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재판 일정이 시작되면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더이상 부담을 주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직 청와대 비서관이 검찰 기소 이후에도 비서관 자리를 유지한 사례는 이번 정권들어 최 비서관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조국 국면에서 검찰과 기싸움을 하면서 최 비서관을 감싼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최 비서관이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두고 ‘날치기 기소’ ‘역사의 수레바퀴를 어떻게든 되돌리려는 집요한 음모’로 표현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최 비서관이 4·15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하는 공무원의 사직기한이 16일이기 때문이다. 최 비서관이 비례대표로 후보로 출마할 정당으로는 정봉주 전 의원·손혜원 무소속 의원 등이 주축이 된 열린민주당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전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조국 사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인사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는 것 자체가 국민정서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강욱 비서관 사직의 변 전문]
삶은 늘 흘러가는 것, 그 모든 이의 삶을 싣고 역사의 수레바퀴는 쉼없이 나아갑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아 함께 맞서 싸우는 우리 모두의 분투와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 속에서도 늘 새로운 희망은 움트고, 새봄은 여전히 새생명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물러나고 또 어디선가 새싹이 피어나는 때, 저도 나서고 물러나야 하는 때를 생각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18개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의 공직생활을 통해 참으로 훌륭한 분들을 만나, 진정 보람있고 영광된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름의 소임을 다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저는 뜻하지 않게 '날치기 기소'라는 상황을 만나 결국 형사재판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촛불시민의 명령을 거스르려는 특정 세력의 준동은 대통령님을 포함해 어디까지 비수를 들이댈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대통령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안에서 대통령님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역사의 수레바퀴를 어떻게든 되돌리려는 집요한 음모를 마주하고도 뒷전에서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고요한 것처럼 보여도 커다랗게 출렁이는 깊은 바다가 있습니다. 그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주저없이 그 길로 가겠습니다. 바위처럼 굳건하게 촛불시민과 문재인정부의 역사를 지켜내고 싶습니다.
저는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역사와 직면할 것이며, 우리사회의 거침없는 발전과 변화를 위해 어디서든 주어진 소임을 다할 것입니다. 청와대 연풍문을 들어설 때의 설렘과 다짐을 잊지 않고, 다시 그 문을 나와 세상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역사와 국민 앞에 늘 최선을 다하시던 대통령님과 청와대 식구들의 열정과 품격을 마음 속 깊이 새깁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