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서만’ 활개를 치는 공매도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한시적 중단 조치를 내세웠지만 ‘공매도 이슈’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공매도 처벌 기준이 유독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고의적인 불법 공매도에 대해 최대 징역 20년, 영국은 무제한 벌금 부과, 프랑스는 영업정지까지 가능하다.
미국은 고의로 무차입 공매도를 저지르고 결제를 이행하지 않으면 20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달러(약 6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홍콩은 2년 이하 징역이나 10만홍콩달러(약 1500만원) 이하 벌금을 문다. 확인 의무를 위반한 증권사도 5만홍콩달러(약 750만원) 이하 벌금이나 1년 이하 징역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는 법인에 영업정지를 포함한 행정처분과 1억유로(약 1300억원)나 부당이득액의 10배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아울러 개인에게도 행정처분과 1500만유로(약 200억원)나 부당이득액의 10배까지 벌금을 물린다.
영국에선 벌금의 상한선이 없을 정도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각각 200만유로(약 27억원)와 50만유로(약 7억원)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호주는 첫 위반 시 5250호주달러(약 400만원) 이하 벌금이나 6개월 이하 징역, 재범 때는 2만1000호주달러(약 1600만원) 이하 벌금이나 2년 이하 징역이 가능하다.
일본만이 30만엔(약 34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로 우리나라처럼 처벌 수위가 약하다.
한국에서도 현행 자본시장법상 공매도 금지 규정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 처분을 할 수는 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금융투자회사 101곳 중 45곳에 과태료가 부과됐다. 하지만 과태료는 경미한 위반 행위에 대해 부과하는 금전 제재 성격으로 자본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불법 공매도 처벌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 나머지 금융투자회사 56곳은 단순 주의 처분만 받고 끝났다. 불법 공매도가 적발돼도 과태료가 부당이득보다 적거나 주의 처분만 받고 끝나기에 불법 공매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모양새다.
그러는 사이 한국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의 ‘놀이터’가 됐다. 특히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 폭락장이 연출될 때도 공매도는 빈번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동안 개인 투자자는 막대한 손실을 바라만 봐야 했다.
16일 KRX공매도종합포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6개월 금지 조치를 발표한 이달 13일까지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은 32조7083억원이었다. 이 중 외국인 투자자 거래대금이 18조183억원으로 55.1%를 차지했다. 기관 투자자 공매도 거래대금은 14조3001억원으로 43.7%를 차지했다.
공매도는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하다. 공매도 거래 규모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매도는 주식 채권 등을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예로 주식 가격이 10만원이면 이를 빌리고 바로 10만원에 판다. 이후 기관 등이 나서 대량으로 팔아버린 다음에 주식이 5만원으로 떨어지면 5만원에 사들인다. 10만원에 빌린 주식을 5만원에 갚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최종적으로는 5만원이 남는다. 주식을 빌리는 건 개인이 하기 어려운 데다 하락장에서 하락의 폭을 키우는 영향이 있기에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한편 국내에선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과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과징금 부과 추진을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하지만 2년째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오는 5월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