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항, 입국 수속에 10시간”…‘코로나 막으려다 온상지’ 우려

입력 2020-03-16 05:34 수정 2020-03-16 08:46
미국 정부, 유럽서 오는 여행객에 ‘입국검사 강화’
코로나19 증상 검사에 자가격리 설명까지 긴 시간
여행객들, 빽빽한 줄에 꼼짝 못 하며 ‘장시간 노출’
WP “검사 강화가 되레 코로나19 확산 우려”
트럼프 “혼란과 지연 양해 바라…안전 우선”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공항의 14일(현지시간) 모습. 강화된 입국 검사에 따라 많은 여행객들이 빽빽한 줄에 장시간 서 있는 등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AP뉴시스

미국 정부가 유럽에서 들어오는 여행객들에 대해 강화된 입국 검사를 시행한 14일(현지시간) 미국 공항에 대혼잡이 빚어져 여행객들이 커다란 불편을 겪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는데 6시간, 이후 세관 수속에 2∼4시간이 더 걸리는 등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10시간이 소요된 여행객도 있었다는 트위터 글이 올라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인들에 대해선 14일 0시부터 미국 입국을 금지했기 때문에 이날 유럽에서 미국으로 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급히 귀국한 미국인들이었다.

하지만 유럽발 여행객들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미국을 방문한 여행객들은 공항 청사의 좁은 공간에 빽빽이 줄을 서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장시간에 걸쳐 입국 절차를 밟아야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새로운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해진 조치가 병목 같은 장소에 인파들이 어깨를 맞대며 서 있게 만들면서 전염성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오히려 부추기는 현상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인들을 포함해 유럽에서 오는 여행객들에 대한 강화된 입국 검사를 12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13개 국제공항으로 들어오는 유럽발 여행객들은 병력(病歷) 확인과 코로나19 증상 검사를 받았다. 또 유럽에 들어오는 모든 여행객들에 대해 14일 동안 자가 격리를 할 것을 요구했다.

검사와 자가 격리 설명에 시간이 걸리다보니 미국 13개 공항들은 카오스(대혼돈) 상황에 던져졌다고 WP는 지적했다. WP는 여행객들 뿐만 아니라 공항 직원들도 입국 검사에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으로 귀국한 트레이시 세플은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 이 순간, 여러 나라에서 온 수백 명의 사람들이 ‘검사’라고 애매모호하게 써진 꼬불꼬불한 줄에 서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에 있다”면서 “수천 명의 사람들을 밀집시킨 것은 위험에 대한 불필요한 노출”이라고 비판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은 여행객들에게 물과 살균 티슈를 제공하기도 했다.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공항으로 도착한 여행객들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설문에 답하기 위해 긴 줄에 갇혀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도로시 로우는 “세관 검사에만 3시간을 줄 서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오헤어 공항이 있는 일리노이주의 JB 프리츠커 주지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헤어 공항에서의 인파와 줄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즉각 (조치를)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양해를 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글에서 “우리는 공항에서 아주 정확한 의료검사를 하고 있다”면서 “혼란과 지연을 양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가능한 빨리 움직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경계하고 조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올바르게 일을 처리할 것”이라며 “안전이 제일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