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달 초 황교안-이완구 회동…‘李 카드’도 살아있나

입력 2020-03-15 20:16 수정 2020-03-15 20:33
이완구 전 국무총리. 국민일보DB

4·15 총선을 한 달 앞둔 미래통합당이 선대위 구성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선대위 사령탑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내에선 중도층이 등을 돌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특히 김 전 대표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서울 강남갑 공천과 관련해 “(태 전 공사는) 남한에 뿌리가 없는 사람” “국가적 망신” 등의 발언을 한 게 뇌관으로 작용했다. 태 전 공사는 15일 “탈북민들과 실향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이라고 맞받아쳤다. 태 전 공사는 “‘뿌리론’은 남한에 고향을 두지 않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누려야 할 권리와 역할에 대한 부정”이라며 김 전 대표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김 전 대표를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던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구상도 차질을 빚고 있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일부는 김 전 대표를 빨리 받아 선대위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했지만, 최근 김 전 대표의 공천 관련 막말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해졌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통합당 최고위는 지난 13일 밤 긴급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내에선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선대위원장으로 복귀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가 이달 초 이 전 총리를 만난 것으로 안다”며 “황 대표와 이 전 총리 간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총선 관련 역할이 논의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왼쪽부터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김형오 전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통합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김지훈 이병주 기자

이 전 총리가 통합당 선대위에 합류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이 전 총리는 불출마 선언을 한 후 충남 홍성에서 정치적 휴지기를 갖고 있다. 이 전 총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이 전 총리는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현장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밝혔고,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로부터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제안받았지만 정중히 거절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선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형준 전 혁신통합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식 제의가 오더라도 역할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 선대위 구성 문제는 16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최명길 전 의원은 김 전 대표의 태 전 공사 관련 발언에 대해 “사적인 대화를 기사로 쓴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경택 이상헌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