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마스크 착용에 거부감”…유럽권 코로나 확산 불렀나

입력 2020-03-15 18:57
지난 3일 마스크를 쓴 일본인들이 도쿄 시나가와역 안을 지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스크 착용을 둘러썬 문화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차이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등 동아시아에서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이 규범화됐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의 상점 출입을 금지한다는 표지판을 붙이고 있다. 일본의 마스크 착용 문화는 1918∼1919년 스페인 독감 유행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로도 개인 보호뿐만 아니라 집단적 책임 차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SCMP는 동아시아에서 마스크 착용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책임 차원에서 접근하고, 대기오염 차단 및 겨울철 보온 등을 이유로 마스크를 쓰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호리 미츠토시 일본 슈메이대 교수는 “(일본인들은) 얼굴 흉터를 가리거나 수줍음을 덜기 위해 쓰기도 한다”며 “안전감을 느끼기 위해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쓰지만, 서양에서는 얼굴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에 마스크에 부정적인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관광지 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광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코로나 19로 인해 텅비어 있다. AP 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SCMP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서는 마스크가 동양계에 대한 인종주의나 낙인찍기에 쓰이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중국 유학생이 영국 셰필드대에서 언어·신체적 괴롭힘을 당했고, 지난달엔 중국인 여성이 미국 뉴욕에서 공격을 받기도 했다. 모두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캐나다 요크대의 사회학자 해리스 알리는 “북미에서 마스크는 아시아인들과 관련된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규범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여 용인되지 않는다. 낙인찍기가 된다”며 “중국이나 홍콩에서는 이러한 낙인이 없어졌고 오히려 반대”라고 말했다.

호리 교수도 “코로나19 우려로 마스크에 대한 서양인들의 거부감이 잠시 줄어들 수 있겠지만, 넓은 맥락에서 봤을 때 서양 문화에 깊이 자리 잡은 것을 바꾸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탈리아는 현지시간으로 14일 오후 6시 기준 누적 확진자가 2만1157명이다. 전일 대비 3497명 증가했고, 사망자는 175명 늘어난 1441명으로 확인됐다. 스페인도 14일 누적확진자 수가 6391명으로 대폭 늘었고, 196명이 코로나19에 목숨을 잃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