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세간의 관심은 과연 인하폭이 얼마나 될 것이냐에 모아진다. 통상 인하폭인 0.25% 포인트부터 ‘빅컷(0.50~0.75% 포인트)’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한은의 금리 인하 필요성은 최근 들어 급부상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심한 점이 부각되고, 이달 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영국의 영란은행의 ‘빅컷(0.5% 포인트 인하)’ 단행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결국 지난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이 임시 금통위 개최 여부를 논의했다. 시장은 사실상 금리인하 수순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1.25%다. 이미 역대 최저 수준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급격한 인하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해 금통위가 0.25% 포인트 정도 낮출 것으로 본다. 이른바 ‘실효하한’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효하한은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되거나 자본유출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커지는 금리인하 마지노선을 뜻한다.
한국의 기준금리 실효하한은 0.50~1.00% 수준으로 본다. 실효하한을 0.50%로 가정하면, 향후 금리는 이번에 0.25% 포인트 인하시 최대 3차례 내릴 수 있다. 주택시장에 미칠 파장도 감안해야 한다. 최근 들어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 시장이 급격한 금리 인하로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0.5% 포인트 이상의 대폭 인하 예측도 슬그머니 나오고 있다. 우선 미 연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3일(현지시간) 0.5% 포인트의 깜짝 인하를 단행한 연준은 오는 17~18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또 다시 0.75% 포인트에서 최대 1% 포인트까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존의 인하 수준(0.25% 포인트)에 대한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와 함께 빅컷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금융 대응책으로 ‘전례없는 대책’을 주문한 것도 한은을 압박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한은은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8년 10월 임시 금통위를 열어 사상 최대 폭인 0.75% 포인트를 인하한 바 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15일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정부 대책(추가경정예산)이 미흡하다는 점과 2월 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더 나빠질 가능성을 감안하면 한은의 ‘빅컷(0.50~0.75% 포인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시 금통위는 18~19일쯤 열릴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 연준의 FOMC 일정과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17일) 등을 감안한 일정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