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일상 풍경…재택생활자 위한 서비스 줄이어

입력 2020-03-15 17:38 수정 2020-03-15 17:48
14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슈퍼마켓의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탓에 미 현지에서 생필품 사재기 광풍이 이어지면서 물건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AP 뉴시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접어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세계의 일상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감염 우려 탓에 재택생활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각종 온라인 서비스 무료화도 줄을 잇고 있다.

미국 인터넷, 무선통신망 업체들은 14일(현지시간)부터 임시적으로 와이파이를 무료화하거나 요금을 대폭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로 온라인 교육과 재택 근무가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 사이 소통 수단으로 인터넷 사용이 대폭 늘어날 것을 염두에 둔 조치다. AP통신은 “실생활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늘어날 수 있는 온라인 비용을 덜 부담스럽게 만들기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마크 워너 등 18명의 미 상원의원들은 지난 12일 미 전역 17개 케이블망 사업체에 코로나19 대비 지원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 1위 케이블망 사업자 컴캐스트의 대책이다.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주요 대도시 지역마다 엑스피니티(Xfinity)라는 이름의 무선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는 컴캐스트는 앞으로 60일간 공공장소 등에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컴캐스트 대변인은 “개별 가정 단위의 가입자는 포함되지 않지만 공공장소나 소기업의 일터 등에 제공되는 와이파이는 모두 무료”라고 밝혔다. 스탠퍼드대학의 인터넷 보안 전문가 앨릭스 스태머스는 트위터를 통해 “나는 좀처럼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브라보 컴캐스트’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 통신업체 AT&T는 초고속인터넷 데이터 이용 한도를 잠정 폐지했다. AT&T는 “초고속인터넷 고객 대부분이 이미 무제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무제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에 대해서도 데이터 한도를 폐지했다”고 밝혔다. T모바일도 모든 가입자가 스마트폰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재택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학교와 학생들에게는 데이터 사용한도를 늘려주기로 결정했다.

콘텐츠 제작자들도 집 안에 갇힌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자신들의 작업물을 온라인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지난 12~14일 사이먼 래틀 지휘 공연을 온라인을 통해 무료 생중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공연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관중 공연을 강행한 뒤 이를 온라인에 공개한 것이다. 수석 첼리스트이자 온라인 미디어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올라프 마닝거는 “우리의 음악으로 가능한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베를린필하모닉은 기존의 온라인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도 당분간 무료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실시간 공연 실황을 시청할 수 있고, 10년 전 과거 공연도 다시 감상할 수 있다.

미 온라인매체 쿼츠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자신들의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연주를 유튜브를 통해 무료 공개한 일을 전하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지쳐있는 시민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주간 만화잡지사 소년점프는 오다 에이치로의 인기 만화 ‘원피스’ 단행본 1~60권을 다음 달 5일까지 무료 공개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탓에 일본 전역에 임시 휴교 조치가 내려진 데 따른 조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