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대못” “협잡공천”…진통 계속되는 통합당 공천

입력 2020-03-15 17:28 수정 2020-03-15 17:40
왼쪽부터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김형오 전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통합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김지훈 이병주 기자

4·15 총선을 한 달 앞둔 미래통합당이 공천 문제로 진통이 가시지 않고 있다. 물갈이 공천에 대한 반발이 커진 데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선대위 사령탑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놓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내에선 중도층이 등을 돌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특히 김 전 대표발로 불거진 공천 내홍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3일 전격 사퇴한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전 대표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서울 강남갑에 공천된 데 대해 “(태 전 공사는) 남한에 뿌리가 없는 사람” “국가적 망신” 등의 발언을 했었다. 이에 태 전 공사는 15일 “탈북민들과 실향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이라고 맞받아쳤다. 태 전 공사는 “‘뿌리론’은 남한에 고향을 두지 않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누려야할 권리와 역할에 대한 부정”이라며 김 전 대표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김 전 대표를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던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구상도 차질을 빚고 있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일부는 김 전 대표를 빨리 받아 선대위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김 전 대표의 공천 관련 막말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통합당 최고위는 지난 13일 밤 긴급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 일부 최고위원은 김 전 대표의 태 전 공사 관련 발언을 부적절한 처사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 영입 문제는 16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김 전 대표 측도 통합당 내부 논의가 지지부진한 데 불만을 표하고 있어 김 전 대표의 합류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공천 배제(컷오프)된 현역 의원들은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낙천한 5선 이주영 의원과 4선 김재경 의원은 탈락한 현역 의원들을 구제할 것을 황 대표에게 요구했다. 김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구제 대상에서 빼도 좋으니 유권자와 당원 심판을 받게 해 달라는 다른 현역들의 요구는 수용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끝내 경선에 부쳐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원외 후보들과 함께 ‘무소속 연대’를 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가 지난 12일 경남 양산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컷오프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이날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컷오프 결정을 “황(황교안 대표)과 김(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합작한 협잡공천”이라고 비난하며 “불꽃선거로 압승하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에 출마하려다 당 공관위의 험지 출마 요구에 경남 양산을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청년 후보들끼리 경쟁하도록 해 수도권 험지 출마자를 정하는 공관위 방침을 놓고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청년 후보를 장기판 졸로 취급했다”는 취지다.

다만 수도권 한 예비후보는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감별사들까지 등장했던 4년 전에 비하면 공천 갈등으로 인한 비판 여론은 그나마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외부 인사가 선대위 합류 전에 공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라면서도 “20대 총선 때에도 선관위 공식 출범 시점은 총선을 16일 앞뒀을 때였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경택 심희정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