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엔 알코올이 딱” 밤새 북적댄 클럽과 헌팅포차

입력 2020-03-15 17:09 수정 2020-03-15 17:16
서울의 한 클럽에서 14일 오후 시민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 클럽을 찾은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 아래로 내리고 춤을 췄다. 황윤태 기자

클럽 등 유흥업소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담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서울 시내 일부 클럽은 여전히 성업을 이어가고 있다. 클럽들은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하고 있지만 막상 클럽 내부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일보가 14일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클럽이 밀집한 홍대입구와 이태원, 강남 등을 직접 둘러본 결과 상당수 클럽은 정부 권고에 따라 휴업 중이었다. 하지만 이 때문인지 문을 연 일부 클럽에는 이용객이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클럽에는 이날 오후 11시 무렵부터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평소 토요일 밤이면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까지 늘어서곤 했던 입장 대기줄은 사라졌다. 하지만 자정이 넘어서자 무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클럽에 입장하려는 시민들이 15일 서울의 한 클럽 앞에서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 클럽은 이날 늦은 새벽까지 예약한 손님에 한해 입장을 허락했다.

클럽 입구에는 ‘자체적으로 방역을 끝냈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클럽 직원의 체온검사를 통과한 이들은 클럽 내부로 입장하자 대부분 마스크를 벗거나 턱 아래로 내려 썼다. 테이블 위에 나란히 마스크를 올려두고 춤추러 무대로 나가는 커플도 있었다.

큰 음악 소리 탓인지 손님들은 대부분 입을 귀에 가져다 대고 이야기를 나눴다. 실내 흡연은 물론, 곳곳에서 몸을 가까이 붙이거나 껴안고 춤을 추는 모습이 포착됐다. 앞서 서울시는 클럽과 PC방, 노래방 등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밀접접촉을 피하라고 권고했지만, 클럽 안에서는 의미 없는 말이었다.

클럽 이용객들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클럽에서 만난 손모(21)씨는 “코로나는 알코올로 이기면 된다”며 “어차피 건강한 사람들이 클럽에 오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오랜만에 주말 기분이 나는데, 코로나 걱정에 흥을 깰 수는 없다”며 크게 웃었다.

시민들이 서울의 한 유흥가에 있는 헌팅포차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서울 내 대부분 클럽이 휴업연장을 결정하면서, 클럽 뿐 아니라 헌팅포차에도 사람이 가득 찼다. 황윤태 기자

예약제로 운영되는 강남역 인근의 한 대형 클럽에도 입장하려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클럽 관계자는 “스테이지와 가장 가까운 1층 테이블은 예약하는 데만 100만원이 넘는다”며 “테이블을 예약한 고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오지 않아도 구입할 수 있도록 따로 준비해 놨다”고 귀띔했다.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한 클럽에도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강남역에서 만난 김모(22)씨는 “평소 좋아하던 클럽이 대부분 문을 닫아 짜증이 났는데, 지금 문 연 클럽들은 앞으로도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상당수 클럽이 휴업 중인데다 문을 연 일부 클럽도 일찌감치 만석이 되자 이른바 ‘헌팅포차’라는 곳으로도 젊은이들이 몰렸다. 홍대입구와 강남역, 신림동 먹자골목 등 유흥가에는 주점 앞에 길게 늘어선 입장 행렬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헌팅포차는 손님들이 좌석을 돌아다니며 합석이 계속 이어지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비말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시민들이 15일 서울의 한 클럽 앞에서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3일부터 520명의 인원을 투입해 25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클럽과 콜라텍 등을 집중점검하고 있지만 이들의 영업을 제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말 내내 위생 및 유흥업소 담당 직원들이 단속을 나섰지만, 감염 우려 만으로는 강제로 영업을 중단시키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