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의 한 직원은 지난달 대구광역시에 신천지 신도 명단 열람을 요구했다. 직원 복무 관리 차원이라는 이유였다. 이에 시는 우선 질병관리본부(질본)에 열람 가능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냈다. 질본으로부터 답을 받지 못했지만, 시는 자체적으로 열람 불가 방침을 세웠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천지 신도가 자기 기관에 있는지 불안해하며 연락이 왔지만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금지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며 집단 감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신천지 신도의 명단을 확인하려는 요구가 각계에서 빗발치고 있다. 조직 구성원 중 신천지 신도를 파악하려는 자진신고 조사도 계속되고 있고, 질본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수집된 명단을 공유해달라는 요청도 쇄도한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만, 법조계에선 개인정보보호와 기본권 침해 문제로 결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교도관이 확진 판정을 받자 지난달 25일 교정시설 직원·가족의 신천지 신도 여부를 자발적으로 파악토록 지시했었다. 경북 울진군은 인근 군에서 신천지 집회 참석 공무원으로 청사 폐쇄가 발생하자 ‘신천지 신도가 한 명도 빠짐없이 자진신고토록 조치하라’는 공문을 지난 2일 읍·면에 내려 보냈다.
법조계는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하는 데다 자진신고의 경우 강요성이 없기 때문에 추후 법적 다툼 소지가 낮다고 본다. 하지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종교를 밝혀야 하는 상황이면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에 해당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인이 노출하지 않았는데 주변인들이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알게 된다면 불법이고, 종교의 자유 침해”라고 말했다.
신천지 명단 공유에 대해서는 공익적 필요가 인정돼 방역당국과 검찰의 행정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 직원의 사례처럼 개인적인 불안감에 자료의 열람을 요구하는 것은 허용돼선 안 된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지자체들도 최소한의 부서 인원만 참여토록 하고, 감사담당관을 보안 책임자로 지정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지자체는 신천지 측이 정부에 제출한 명단을 토대로 매일 전화를 걸어 신천지 신도들의 증상을 파악하는 작업에도 나선 상태다. 전수조사 때엔 신천지 언급을 자제하고 ‘고위험군’이라고 먼저 부르라는 내부 지시도 이뤄졌다. 기본권이나 개인정보보호 원칙을 침해할 수 있어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신천지 명단을 둘러싼 각계의 요구에 대해 “사이비 종교의 해악성이야 그간 사회가 몰랐겠느냐”면서도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