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마스크 못 구한 직장인들… “포켓몬고도 아니고, 늦잠은 다 잤네”

입력 2020-03-15 16:19
주말에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5가의 한 대형약국 앞에서 줄을 서고 있다. 강보현 기자

‘마스크판매 5부제’ 시행 후 첫 주말인 15일 오전 11시. 대형 약국이 몰려있는 종로5가 약국거리에는 공적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민들은 대부분 손에 든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면서 재고가 남아있는 약국을 찾느라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다녔다. 거리 곳곳에서 “찾았어? 찾았어?”라며 일행 간에 묻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마스크 있음’ 표시가 뜬 약국에 들어갔던 한 커플은 “이미 떨어졌다”는 얘기에 다시 길을 나서며 ‘새로고침’을 눌렀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를 전전하던 직장인 이모(27·여)씨는 “무슨 포켓몬GO(증강현실 게임)도 아니고, 마스크 찾기 게임을 하는 것 같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출생년도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구할 수 있는 주말이 되자 업무 때문에 평일에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약국으로 몰려들었다. 서울 성북구에서 야채가게를 하는 조모씨는 “마스크 구입일은 월요일인데, 가게 휴무일이 화요일이라 어쩔 수 없이 주말을 마스크에 반납해야 했다”고 푸념했다. 10살 아이 손을 잡고 약국을 찾은 30대 워킹맘 장모씨도 “평일엔 약국에 나오기 어려워 오늘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모(41)씨는 “어제 깜빡 늦잠 자고 일어났더니 동네 약국은 전부 매진이었다”며 “당분간 주말 늦잠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후 1시30분쯤 종로5가의 한 약국에 마스크가 풀리자 10여명이 순식간에 줄을 섰다. 줄을 선 지 10여분 만에 마스크를 구입한 직장인 김모(36)씨는 “동네에서 허탕을 치고 시내로 나오는 길인데 사람들이 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버스에서 황급히 내렸다”며 “오늘 못 샀으면 일주일 동안 마스크 없이 지낼 뻔했다”고 안도했다. 한 시민은 마스크 구매에 성공하자 약국 앞에서 주민등록증과 마스크를 들고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날 도심에서 만난 시민들은 전날과 달리 상당수가 마스크 구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5부제 도입 후에도 여전히 마스크 구입과 관련한 애로를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청소도우미로 일하는 장모(43)씨는 “월급이 160만원인데 마스크값이 20만원이라 교통비보다 많이 든다”며 “마스크 없으면 일을 못하게 해서 지난번엔 5000원짜리 마스크를 산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종로 5가 약국거리에 위치한 한 약국에 15일 오후 공적 마스크 판매완료를 알리는 글이 붙어있다. 강보현 기자

‘단골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동네약국은 주말 마스크를 챙겨달라는 단골들의 전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북구의 약사 김모씨는 “평일에 약국에 올 수 없는 직장인 단골들이 주말에 살 수 있도록 따로 빼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약사들은 그나마 5부제 시행 이후 마스크 수급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약사 이모씨는 “전처럼 줄을 길게 서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며 “약사들이 고생한다는 이야기가 뉴스에서 많이 나와서 그런지 마스크 달라며 욕하거나 소리 지르는 손님도 많이 줄어든 편”이라고 전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