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 콜록”
기침이 나왔다. 지난 10일부터 목이 붓더니 콧물이 나오고 이틀이 지난 12일 기침을 시작했다. 덜컥 겁이 났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증가세를 보면 나 또한 충분히 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걸린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이틀 동안 자가격리 실시하고 보건소 안내에 따를 것””이라는 부장의 지시를 받았다.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확진자와 접촉이 없으므로 이틀 정도 지켜보다 증상이 심해지면 가까운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세요”라는 직원의 안내를 받았다. 지금 당장 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다가 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우선은 증상 관찰이 중요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섣부른 검사는 감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교적 안전한 검사처를 찾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본인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차 안에서 검사 과정을 진행하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해외서 극찬하는 이 시스템은 비교적 안전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다.
“오전 진료는 이미 끝났습니다.”
혹시나 모를 나로 인한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해 마스크와 비닐 장갑을 끼고 집을 나섰다. 오전 10시 40분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앞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에 도착했다. 선별진료소 앞 왕복 3차로 도로는 이미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차량이 몰려 혼잡했다. 길게 늘어선 차들의 행렬 속에 내 차를 구겨 넣었다. 고글과 마스크를 쓴 주차 요원은 오전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차들마다 들려 고지했다.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진료소 안으로 진입이 가능했다. 처음으로 마주한 안내담당 직원은 펜과 진료신청서와 임상조사지,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 안내사항이 적힌 종이 4장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신분증 검사를 실시했다. 차량에서 간단히 나의 정보를 기입하기 시작했다. 경미한 기침과 콧물 증상을 쓰고 다시 대기했다. 내 앞으로 6대의 차량이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드라이브 스루의 검사 시간은 1인당 5~10분 이내이므로 나의 예상 검사 시간은 오후 2시였다.
차량에서 대기하는 동안 진료소의 모습을 찬찬히 살피며 카메라에 담았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안내ㆍ접수ㆍ검체 체취ㆍ수납 총 4단계 과정으로 진행된다. ‘드라이브 스루(승차 검사) 선별진료소’ 1개소와 ‘도보용 선별진료소’ 1개소를 운영하는 이 곳은 평일 오전 8시 30분부터 12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운영된다. 이대서울병원 소속 의사 2명, 간호사 2명, 행정인력 2명, 강서구보건소 안내 요원이 상주한다.
오후 1시 40분 접수를 끝내고 검체 체취 과정으로 넘어갔다. 1대당 10분으로 계산한 것보다 빠른 대당 7분쯤 시간이 소요 됐다. “확진자랑 접촉한 사실 없으시죠?”라는 의료진의 질문에 언론사 사진기자로 근무하며 이만희 기자회견, 구로콜센터, 공항 등의 취재사실을 알리자 별 다른 질문 없이 검사가 시작됐다. 20㎝ 길이의 면봉을 콧구멍에 집어넣어 10초간 점액을 체취했다. 혀뿌리 쪽에 대한 체취는 따로 하지 않았다. 크게 불편감은 없었다. 매우 간단히 검사는 끝이 났다. 대규모 확진자가 나온 곳의 취재 사실을 알린 탓에 검사 비용은 국가 지원을 받았다. 진료 비용은 총 1만9,130원. 감염병 대응지침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개인이 검사를 원할 경우에는 6만~15만원의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
“미안하다... 나 검사 받았어...”
집으로 돌아가며 가까운 지인들에게 검사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외출 자제를 부탁하고 나를 만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달했다.
'내가 지역사회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집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2주간 내가 만난 사람들을 추렸다. 머무른 시간을 계산했다. 우선 함께 움직이는 수송부 직원들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딱 하루. 늘 아침을 든든히 먹고 점심을 거르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는데 검사 전 날 비교적 안정세라 판단해 타사 동료 기자들과 함께한 점심식사가 마음에 걸렸다. 가장 큰 걱정은 회사다. 나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는게 아닌지,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걱정이 이어졌다. 순간의 방심이 큰 피해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했다. 평소 즐기던 비디오 게임도 드라마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코로나 관련 뉴스만 보며 집에서 아예 나가지 않았다. 정확히 28시간이 지난 뒤 안내 되어진 결과는 '음성'. 고통스러웠던 자기 반성의 시간에서 해방됐다.
고통스러웠던 28시간을 보내니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나 하나가 전체가 될 수 있다는 무서움을 실감했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세는 조금씩 꺽이고 있다. 14일 하루 신규확진자는 76명으로 23일 만에 100명 이하로 떨어졌다. 큰 불은 잡은 모양새지만 곳곳에 남은 잔 불은 언제든지 큰 불이 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 순간의 방심이 큰 화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대책본부의 지시를 철저히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