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도 위기…코로나19로 세계 車시장 ‘올스톱’

입력 2020-03-15 16:00 수정 2020-03-15 16:24
작업자가 지난 13일 중국 후난성의 한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근무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이탈리아·미국 합작 자동차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최근 이탈리아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공장 4곳을 임시 폐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글로벌 자동차시장을 멈춰세웠다. 신차 공개와 국제 전시회가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에서 확진자 급증과 중국 부품 공급 차질로 자동차 생산라인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올해 초 예상한 것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까지 판매량을 지켜냈던 미국시장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글로벌 자동차시장 분석업체인 LMC 오토모티브는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신차 판매량이 8640만대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이는 지난해 신차 판매량(9030만대)보다 4.3%가 줄어든 수치다. 지난 1월 글로벌 신차 판매량을 9010만대로 전망했으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예상 판매량을 하향조정한 것이다.

이미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유럽연합(EU) 자동차 부문의 지난달 손실 규모가 25억달러(약 3조450억원)라고 발표한 바 있다. UNCTAD 측은 “2월 영향만 고려해 산출한 추정치이므로 실제 손실은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작업자가 지난 13일 중국 후난성의 한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근무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미국시장은 이제부터가 문제다.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1.8% 증가한 약 132만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신차 판매량도 8.5% 늘어난 102만대로 추산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덜 입은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3월 이후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고, 생산량 및 가격 정책 등에도 변동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올해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 1710만대에서 9% 감소한 1550만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확산 직전 1~2%쯤 떨어질 거라고 전망한 것과는 전혀 다른 수치다. 미국의 일부 업체는 중국이 아닌 다른 부품 공급업체를 물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와 브라질 등도 자유롭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3일 “멕시코 내 자동차 생산 공장들이 부품 수급 문제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 자동차산업연맹은 “부품 수급문제로 4월부터 자동차 생산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자동차연석회의(CPCA)는 중국 자동차의 지난달 판매량이 82%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회의 측은 “자동차 시장의 정상화는 5월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달 자동차 내수와 수출, 생산 모두 전년 동기간 대비 20% 이상 줄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올해 한국의 자동차 내수 판매는 150만대 이하, 생산량은 350만대 밑으로 떨어지는 등 최악의 한 해를 보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