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황태자’ 김평일 소환 공식확인…‘곁가지들’ 정리 끝났나

입력 2020-03-15 15:04

북한 외무성이 김평일 주체코 대사와 김광섭 주오스트리아 대사의 교체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각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부와 고모부에 해당하는 두 사람은 김씨 일가이면서 권력 핵심에서 완전히 밀려난 ‘백두혈통 곁가지’로 분류된다. 두 사람은 곁가지를 평양에 두지 않는 불문율에 따라 수십 년 동안 해외를 떠돌다가 지난해 말 평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이들의 후임으로 베테랑 외교관을 전진 배치했다.

북한 외무성은 14일 신임 주체코 대사에 주원철 대사를, 주오스트리아 대사에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을 임명한 사실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전임 대사인 김평일과 김광섭이 평양으로 돌아갔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으나 북한 당국 차원에서 확인한 건 처음이다. 아울러 외무성은 러시아, 폴란드, 이란,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에티오피아 주재 대사를 교체한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비운의 황태자’ 김평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복동생으로 한때 후계자로 주목받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1974년 김정일이 김일성 주석의 공식 후계자로 최종 확정되면서 권력 핵심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이후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폴란드, 체코 등지에서 대사를 지내며 30년 넘게 평양에 들어오지 못하고 유럽을 떠돌아다녔다. 김일성의 직계 혈통인 그가 권력을 노리는 일을 원천 차단하도록 해외 유배를 보낸 셈이다. 김평일은 1994년 김일성 장례식 때 잠시 귀국했지만 북한 방송은 그와 그의 어머니 김성애의 모습을 편집해 내보냈다.

김광섭은 김일성의 사위로,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경진의 남편이다. 체코 대사 등을 거쳐 1993년 4월 오스트리아 대사로 부임했다. 그는 27년 가까이 오스트리아에서 대사직을 지내다가 지난해 말 김평일과 함께 평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두 사람 대신 실무 경험이 많은 외교관을 파견했다. 김광섭의 후임으로 신임 주오스트리아 대사에 임명된 최강일은 북한 외무성에서 ‘미국통’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방남했으며 이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보좌하며 북·미 실무협상에 깊숙이 관여했다. 주원철은 체코어에 능숙하며 주체코 북한대사관 차석과 외무성 유럽2국장 등을 역임하는 등 ‘유럽통’으로 알려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