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신드롬으로 기록될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막을 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에서 “미스터트롯 없었으면 어떻게 버텼겠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히 폭발적이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14일 오후 생중계된 미스터트롯 최종결과발표에서 임영웅이 1위인 진(眞)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는 “전날이 아버지 기일이었다. (아버지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2위인 선(善)은 영탁, 3위인 미(美)는 이찬원이 차지했다. 그 뒤로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가 자리했다. ‘미스터트롯’이 지난 3개월 간 남긴 의미를 짚어봤다.
시청률·화제성 다 잡았다… 신기록 열전
시청률은 단 한 번도 내려가지 않았다. 첫 회 12.7%를 시작으로 5회 만에 20%를 돌파했다. 종편 역사상 최고치다. 8회에서는 꿈의 시청률인 30% 벽을 깼다. 파급력은 놀라웠다. 예능 브랜드 평판 순위, TV 화제성 순위 등에서 11주 연속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출연자 화제성 순위도 연일 상위권에 랭크됐다.
트롯 열풍 정점에 선 ‘미스터트롯’
전작 ‘미스트롯’으로 달아올랐던 트롯 열풍에 정점을 찍었다. 각종 음원 사이트에 ‘트롯 차트’가 긴급 신설됐고 경연곡은 줄줄이 차트에 고개를 내밀었다. 역주행하는 트롯 곡도 다수 있었다. 지금까지 트롯은 중장년층 전유물로 여겨져 왔으나 현재 가장 트렌디한 음악이 된 모양새다. 대중 예술 문화계 전체 판도를 바꿨다는 평이 나온다.
신장르 개척… 온 가족 함께 보던 프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예능이었다. 할머니와 손자가 나란히 앉아 각각 응원하는 출연자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진풍경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세대 통합을 이끌 수 있었던 이유는 전통 트롯의 틀에서 벗어나 댄스, 록, 성악, 국악, EDM, 비트박스 등 다양한 장르와 콜라보해 신장르를 개척했고, 9살 홍잠언부터 군복무 중인 김희재, 최연장자인 장민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를 등장시켜 모든 세대가 반응할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 덕분이다. 나이와 세대를 초월해 노래 하나로 경쟁하는 모습은 시청자의 폭발적인 공감을 불러왔다.
“서버가 느려서” 우승발표 미룬 초유의 사태
마지막일 줄 알았던 12일 방송에서 대형 사고가 났다. 투표가 몰려 서버가 느려졌고 결국 집계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방송을 종료했다. 우승자 발표는 뒤로 미뤄졌고 늦은 시간까지 눈 비비며 TV 앞에 앉아 있던 시청자는 허탈해했다. 생방송이 14일 긴급 편성됐고 MC 김성주는 “예상 밖으로 문자투표가 한꺼번에 몰렸지만 한 표 한 표 정확하고 투명하게 집계했다”고 공정성을 강조했다. 제작진은 ‘로 데이터’를 공개하고, 문자투표 수익을 기부하겠다며 민심을 달랬으나 아쉬움은 진하게 남았다.
출연자 편애·불공정 계약… 아쉬움 남긴 이면
결승 전 잡음이 잇따랐다. 임영웅이 진으로 선발되자 일각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임영웅 밀어주기’ 의혹은 방송 중반부터 있었다. 제작진이 임영웅에게 편파 편집을 하면서 자막 등을 눈에 띄게 호의적으로 했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작가가 개인 SNS에 임영웅을 언급하며 ‘장하다 내 새끼’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제작진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계약서도 도마에 올랐다. ‘출연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위반할 경우 상대방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1억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과 ‘본선 이상 진출한 참가자만 회당 10만원의 출연료를 지급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제작진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유사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미스터트롯’ 경연 참가자들은 19일 ‘미스터트롯의 맛-토크 콘서트’에 출연한다. 다음달 18일부터는 서울을 시작으로 7월까지 전국투어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