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코로나 피해국에 “힘껏 돕겠다” 위로…매체 “서방 대응 약해” 훈수

입력 2020-03-15 14:39 수정 2020-03-15 14:52
코로나19 발원지 우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신화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국가의 정상들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며 적극적인 지원과 역할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국에 창궐하면서 거센 책임론에 휩싸였지만, 중국이 확연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오히려 전 세계에 전염병이 창궐하자 ‘전염병 통제 모범 국가’ 지도자로서 글로벌 리더십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중국 관영 매체는 전염병이 확산하는 유럽과 미국 등 서방에 “전염병 대응 조치가 너무 느슨하다”며 좀 더 심각한 대응을 하라고 훈수를 뒀다.

15일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코로나19 확산 피해가 가장 심각한 국가들인 한국, 이탈리아, 이란 정상 등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중국 전역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각국에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시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위로 전문에서 “중국과 한국은 서로 돕고 한배를 탄 우호 국가”라면서 “중국 정부와 인민은 한국이 현재 직면한 어려움을 공감하며 중국은 계속해서 힘닿는 데까지 돕고 한국의 방역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성당 문이 닫혀 있다.신화연합뉴스

시 주석은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에게도 위로 전문을 통해 “중국 정부와 인민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와 전염병 방제를 위한 협력을 전개하고 도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류는 하나의 운명공동체로서 협력해야 글로벌
위기와 도전에 대응할 수 있다면서 자신의 ‘인류 운명공동체’론도 거론했다.

시 주석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보낸 위로 전문에서는 “중국이 이란의 코로나19 방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의료 물자를 제공하고 전문가 자원봉사팀을 파견했다”면서 “중국은 이란과 방제 협력을 강화하고 힘닿는 데까지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위로 전문을 보내 “중국은 유럽의 코로나19 퇴치 노력을 확고히 지지하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제공해 유럽이 조속히 이겨낼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며 “중국은 인류 운명공동체 이념으로 유럽과 함께 전 세계 공중위생 안전을 함께 지키길 원한다”고 밝혔다.
미국 LA의 코스트코에서 길게 줄을 선 시민들.신화연합뉴스

중국 관영매체는 유럽과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 대해 코로나19에 더 심각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4일 논평에서 “코로나19가 유럽과 북미까지 확장세를 뻗치고 있다”면서 “많은 전문가는 이 지역의 몇몇 국가가 제2의 이탈리아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럽 각국의 코로나19 예방 조치와 경계 수위가 낮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신문은 첫째 이탈리아의 경우 중국과의 항공노선을 오래전에 취소한 뒤 이 조치가 효과적일 것으로 믿고 경계 수위를 완화해 전염병 확산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둘째 유럽과 북미 국가들이 전염병 예방과 통제에 있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늘 한 걸음 늦은 대응을 해왔고, 정치·경제적 고려 때문에 코로나19 방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서는 유럽과 북미 일부 국가가 좀 더 심각하게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미국은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을 막는 데 있어 자국의 글로벌 영향력에 걸맞는 공헌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염병과 싸우는 각국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더 주도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