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앗아간 시총 174조… 100개사 중 6곳만 선방

입력 2020-03-15 11:53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지난 12일까지 52일간 국내 100대 상장사 시가총액의 5분의 1인 174조원이 증발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국내 상장사의 주식가치를 광범위하게 떨어뜨리는 코로나19의 파괴력이 확인됐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20일부터 WHO가 판데믹을 선언한 지난 14일까지 52일 동안 20대 업종의 주가가 전방위적으로 하락했다. 한국CXO연구소 제공

기업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는 15일 ‘코로나19 관련 주가·시가총액 변동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주요 상장사 100곳(20개 업종별 매출 상위 5개 기업)의 주가는 조사기간에 평균 19.4% 하락했다. 금액으로는 1월 20일 기준 895조원에서 지난 12일 721조원으로 약 174조원 줄었다.

20개 업종 중 12곳은 주가가 평균 20% 이상 하락했다. 피해 업종은 전자(20.4%), 금속철강(24.3%), 자동차(27.2%), 기계(30.4%), 조선중공업(32.4%) 등 주력 수출산업은 물론 유통(24.1%), 금융(25.5%), 전기가스(21.1%), 여행(25.5%), 농수산(21.4%) 등으로 전방위에 걸쳐 있다.

팬데믹 선언으로 시가총액이 가장 크게 떨어진 업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전자업이다. 총 86조2000억원(20.4%) 감소했다. 이어 자동차(16조원), 석유화학(15조원), 금융(11조원) 업종도 10조원 넘게 시가총액이 줄었다.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금융 업종은 시가총액 기준 10조원 넘는 주가하락을 겪었다. 한국CXO연구소 제공

금속철강(8조3000억원), 정보통신(7조6000억원), 전기가스(5조2000억원)업종 외에 건설(3조2000억원), 유통(3조원), 기계(2조2000억원), 식품(1조6000억원), 운송물류(1조5000억원), 항공해운(1조4000억원) 순으로 타격이 컸다.

20개 업종 중 운송업만 유일하게 1.3% 상승을 기록했다. 다만 운송업 가운데 일반소비재 택배 등을 취급하는 운송 업체의 주가만 올랐을 뿐, 원자재 등을 수송하는 업체의 주가는 떨어졌다.

100곳 중 6곳만이 ‘코로나 특수’ 영향으로 주가를 유지하거나 올랐다. 대표적으로 마스크와 휴지 등을 생산하는 깨끗한나라(26.7%), 라면 등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농심(14.5%)은 주가가 상승했다.

국내 택배 물류업체, 라면 등 가공식품 업체 등 6곳만이 100개 조사대상 기업들 중 주가가 상승하거나 유지했다. 한국CXO연구소 제공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2009년 6월 신종 플루로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지만 국내 주가는 한 달 전후로 빠르게 회복했었다. 그때와 달리 2015년 5월 메르스가 번졌을 때 국내 주요 상장사의 주가는 1년 후에도 회복이 쉽지 않았다”며 “코로나19가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주가는 향후 6개월에서 1년 이상 시간이 흘러야 올 1월 말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2~3주 후인 3월 말~4월 초 주가 흐름이 회복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예상보다 빨리 주가 안정화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